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는 단 1㎜도 되지 않았다. 과녁 경계에 걸린 화살 한 발에 한국 남자양궁이 또 한 번 탄식했다.
박경모(33)는 15일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빅토르 루반(우크라이나)에게 112-113 한 점 차이로 졌다.
4엔드 두 번째 화살이 '신의 장난'이었다. 박경모가 쏜 화살은 8점과 9점 과녁 경계선에 걸쳐졌다. 기록판에는 8점이 떴고 그 옆에 엔드를 마친 후 최종 점수를 다시 확인한다는 별표(*)가 붙었다.
박경모가 경기를 마치는 마지막 화살을 쏜 순간 점수는 112-113이었다. 경계선에 걸린 화살 점수를 몇 점으로 판독하느냐에 따라 연장 슛오프에 들어가느냐 경기가 끝나느냐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판정단은 8점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날의 챔피언은 루반이 됐다. 장영술 남자 대표팀 감독은 "망원경으로 확인했을 때는 9점을 줘도 된다고 판단했다. 경계선에서 1㎜도 채 안되는 거리를 벗어난 모양"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라운드 방식은 '러시안 룰렛'
양궁은 72년 뮌헨올림픽에서 52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후 경기 방식이 수 차례 바뀌었다. 초기에는 총 144발로 승부를 가렸지만 갈수록 화살수가 줄어들었고 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는 두 명씩 겨뤄 한 명이 탈락하는 올림픽라운드 방식이 도입됐다. 베이징올림픽 개인전은 64강전부터 12발씩 쏴서 탈락자를 가린다.
보는 재미는 늘어났다. 두 명의 궁사가 벌이는 대결이 긴장감을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단 12발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이변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림픽라운드 방식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선수들끼리는 기량 차이가 종이 한 장에 불과해진다. 올림픽라운드 방식이 한국 선수들에게는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이유다.
▶극도의 부담감까지 이겨야 최강
한국 양궁대표팀은 이와 같은 방식 아래서 세계 최강 자리를 지키기 위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오히려 한국을 추격하는 쪽이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경기를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남녀 단체전을 휩쓸며 기분 좋게 출발하고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 베이징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