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한다. 그 아름다운 명산의 아름다움도 식사를 하고 나야 눈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다.먹거리가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면서도 여전히 좋은 경치 보고 다니는 것이 여행의 주 목적임을 말해주는 표현이다.
7월 말 열흘 여정의 고국 방문은 순전히 맛을 따라 나선 여행이었다. 특히 전라도 지방의 맛과 멋에 대해서는 익히 그 명성을 들어왔던 터. 새로운 맛을 대할 기대로 가득 찬 여행 전날 밤 여러 나라들을 앞에 두고 어디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할까 행복감에 가득 찼던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심정을 헤아릴 것도 같았다.
광주시에서는 올 한 해를 '맛을 따라 멋을 찾아! 2008광주.전남 방문의 해'로 선정했다. 9월로 다가온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10월 중 개최되는 광주 김치대축제 임방울 국악제 등 감동을 주는 축제들은 빼어난 남도의 관광자원과 더불어 광주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만드는 요소들.
하지만 이를 능가하는 광주의 매력은 역시 맛깔스러운 음식들이다. 광주 시에서는 올해 초 맛의 고장 광주 1등 맛집 87개 업소를 엄선해 관광객들에게 맛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 일컫는 '광주 오미'는 광주한정식 오리탕 광주김치 무등산보리밥 송정떡갈비 등 다섯 가지. 바쁜 일정 가운데 가능한 한 다양한 음식을 맛보려 노력했지만 오리탕과 무등산 보리밥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무등산 중턱 증심사 인근 간이식당에서는 여러 상을 받은 김치 명인들이 즉석 해서 무친 겉절이를 맛 보여 주고 있다. 광주 시내 말바우 재래 시장에 가면 직접 농사를 지어 재배한 야채를 싸들고 나온 아낙네들을 만날 수 있다. 그녀들이 판매하는 무공해 야채들이야말로 광주 푸짐한 먹거리의 근원이라 할 만 하다. 무등산 증심사 예술의 거리 말바우 시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로 가득한 빛 고을은 그 푸짐한 인심과 맛깔스런 음식으로 한동안 미각 세포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한정식 전문점 '초당'
단아한 정원과 인테리어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초당'은 맛의 장인 김화엽씨의 예에 대한 혼을 읽을 수 있는 곳이요 명가의 품격이 느껴지는 곳이다.
광주의 맛과 멋을 한껏 뽐내는 대표적 1등 맛집으로 묵직한 놋그릇 작은 양념 종지 하나에 이르기까지 귀한 손님을 섬기고자 하는 세심한 배려와 정성이 돋보인다. 오감을 넘어서 육감으로 음미하는 우아한 맛은 미각에 대한 최고의 예우다.
줄줄이 이어지는 코스 한정식에는 멋진 예술작품과도 같은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지는데 정갈하게 담긴 음식 하나 하나가 감동을 자아낸다.
오방색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 구절판은 우리 맛과 멋의 결정판. 너무 아름다워 젓가락 대기가 망설여지는 것은 물론 내심 다른 이들로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게 될 정도다. 고소한 참기름 장과 파 무침을 곁들인 생고기는 자연 그대로의 담백함이 돋보이는 맛이다.
새콤달콤한 소스 맛의 해파리 냉채 부드럽고 짙은 맛의 갈비찜 유자와 견과류로 만든 드레싱에 무친 생채도 아삭아삭 자연의 축복을 전해준다. 주 메뉴는 한정식과 굴비정식. 각종 한정식은 25000~50000원.
▷주소: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444-19. 문의 062) 373-5515
▲영광굴비와 갈비 전문점 '조선옥'
우리 나라의 여러 특산품 가운데서도 영광 법성포 굴비의 명성은 드높다. 법성포 읍내는 굴비의 본고장답게 첫 집부터 끝 집까지 모두 굴비 매장. 읍내 깊숙이까지 펼쳐져 있는 포구에는 조기잡이 배들이 즐비하다.
조기를 소금에 절여 건조한 것이 굴비. 그 가운데 영광만의 기후 절임 건조방법이 특유의 영광굴비를 만들어 낸다. 법성포 여러 매장에서 판매하는 굴비 가격은 싸게는 2만~3만원짜리 세트로부터 100여만원을 호가하는 명품까지 천차만별.
무등산 인근의 조선옥은 제대로 된 법성포 영광굴비를 맛볼 수 있는 광주 제일의 음식 명가. 이제껏 먹어왔던 굴비보다 몇 배는 딱딱한 굴비 구이의 살점을 떼어 밥 공기 위에 얹어주며 맛보기를 권하는 정관호 대표의 따뜻한 인심이 오래도록 기억된다.
미국에서 귀한 손님 왔다며 보물 상자 꺼내듯 주인장이 내놓은 것은 고추장에 박은 고추장 굴비. 아! 침 넘어간다. 순수 한우갈비만을 사용해 엄선된 각종 버섯 등을 듬뿍 넣고 100일 동안 숙성시킨 과일소스로 맛을 낸 꽃 갈비찜도 조선옥의 간판 메뉴이다.
▷주소: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469-25 문의 062) 654-3322
▲산 낙지의 다양한 변주곡을 연주하는 '낙지 한마당'
전라도에서 봄철 농번기 때 논밭을 갈던 소가 지쳐 쓰러지면 산 낙지를 호박 잎에 싸서 먹였다고 한다. 그러면 쓰러졌던 소가 벌떡 일어나 다시 일을 했단다. 그만큼 낙지는 스태미나를 높여주는 보양식으로 꼽힌다.
광주 쌍촌동 낙지 전문점 밀집 지역에 위치한 '낙지 한마당'은 낙지 한 마리로 다양한 변주곡을 연주하듯 여러 낙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산낙지를 주문하면 방금 전까지 어항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낙지 한 마리가 접시에 올라온다.
접시 위에서도 꿈틀거리는 낙지는 기력 회복에 최고의 보양식. 낙지를 잘게 다져 참기름과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달걀 노른자와 섞어 먹는 낙지 당고는 노인들의 기력 회복과 환자의 회복기 음식으로 아주 좋다.
산낙지를 살짝 데친 마른 연포 살짝 데쳐 매콤 새콤하게 무친 회무침 개운하고 깔끔한 국물의 연포탕 모두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 느껴지는데 살짝 데쳐 내듯 조리해 낙지의 육질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회무침을 다 먹고 난 후 밥 비벼먹을 준비를 해달라고 하면 놋 양푼에 김가루와 미나리 김치를 담아 가져다 준다.
▷주소: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962-16 문의 062) 362-0166
빛고을 손맛 '명예의 전당'…남도 음식 박물관 가볼만 ▲음양오행의 꽃, 홍어삼합 전문점, ‘김가원’
홍어배를 부리던 선주 이태진씨와 해녀 출신의 아내 김문희씨, 두 흑산도 홍어 장인이 만들어내는 홍어삼합을 맛보는 순간, 전설적인 맛의 실체를 확인한다.
홍어회는 삭인 것과 싱싱한 것 두 가지를 늘 함께 준비해 두고 있는데 살점에 선홍색이 은은한 흑산도 홍어는 칼로 자른 부위가 삐져 오르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전라도 맛 기행의 백미인 홍어삼합은 홍어회와 삶은 돼지고기, 곰삭은 배추김치 세 가지 음식의 궁합이 잘 맞는다 하여 붙여진 음양오행적 이름. 김치는 반드시 묵은 김치로 발효된 것이어야 하며 돼지고기는 촉촉하게 식혀 먹어야 세 가지 음식이 어우러져 홍어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김가원에서는 항아리에 3개월 동안 숙성시킨 홍어회를 옥돌 깐 접시에 작품처럼 저며 얹고 3년을 곰삭게 한 묵은지, 잘 삶은 부드러운 돼지수육을 조화시킨 홍어삼합을 준비하고 있다. 발효 미학의 꽃, 삭힌 홍어가 목구멍을 박하사탕처럼 쏴하게 자극한다.
홍어찜은 삼키고 난 후에도 숨쉴 때마다 목구멍에서 자극이 느껴진다. 홍어의 뼈살을 푹 우려낸 국물에 숙성된 홍어살 토막과 홍어 내장을 넣고 끓인 홍어탕은 시원하면서도 특유의 깊은 맛이 난다.
특히 보리순을 넣고 끓인 홍어보리애국은 김가원에서 특허까지 받은 메뉴로 한 숟가락 떠 먹으면 몸 속 체증이 송두리째 뽑히는 느낌. 식탁에 오르는 모든 농산물은 주인 내외가 직접 농장에서 재배한 것들만을 사용한다.
▷주소: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1동 1327-9 문의, 062) 382-8700
▲상다리 부러지는 6000원짜리 한정식, ‘예향식당’
전라도를 여행하다 보면 저렴한 가격에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지면서 맛도 빠지지 않는 한정식 백반 집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광주 시내 세무서 앞의 예향 식당은 타향 사람들은 물론 본토박이들 사이에서도 한정식 백반으로 명성이 드높은 곳.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상을 덮은 반찬이 과연 몇 종류나 될까 세어본다. 우와! 국을 포함해 무려 31가지. 그런데 가격은? 놀라지 마시라. 단돈 6000원. 얼마 전까지 5000원이었다가 1000원 올린 가격이다.
이 정도 되면 밥 먹기가 미안하고 너무 맛있어 금방 바닥이 드러난 반찬 더 달라고 하기가 송구스럽다. 그래도 체면불구하고 ‘저, 죄송하지만…’하며 반찬 그릇을 내밀었더니 얼마든지 더 드릴 테니 맛있게 드리기만 하라며 감동을 준다.
그냥 가짓수만 채우고 있는 반찬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게 다 맛있다. 특히 짭조름한 남도의 젓갈은 기어코 밥 한 그릇을 더 먹게 만들었다.
문의, 062-234-7730
▲향토 음식 박물관
남도에는 소리와 함께 향토음식이라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남도향토음식박물관은 고을마다 가득한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고 직접 음식을 만드는 체험을 하여 선인들의 탁월한 지혜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곳.
전통음식강좌를 개설하여 옛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제공하며, 호남문화자료전시관을 동시에 운영하여 나라를 위한 선인들의 혼을 기리고 호남인의 자긍심과 긍지를 갖도록 하고 있다.
때마침 이곳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광주 오미 가운데 하나인 떡갈비를 만들고 있다. “음! 호이호이.” 그들의 만족한 얼굴에서 21세기를 이끌어 갈 한국요리의 가능성을 읽는다. 광주 시내 송정장 옆으로는 향토 떡갈비 거리가 조성돼 있다. 떡갈비에 딸려 나오는 갈비탕 맛도 일품.
▷뮤지엄 주소,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로 269 (삼각동 779-2) 062) 575-8883, 8843
광주광역시 종합관광 안내소 062) 233-9370~1 www.namdokorea.com/intro.jsp
* LA의 광주광역시 지방자치제 사무소에서도 정보 제공을 받을 수 있다. 4801 Wilshire Blvd. #305 Los Angeles, CA 90010. KOTRA LA 무역관 3층. 문의, (323) 954-1137 나병춘 홍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