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저혈압 슬픔

오늘은 내가 불쌍해지기 시작한다

흐린 하늘이 보이도록 블라인드를 올려놓고

웅크리고 누워 생각한다

동네에서 잔디 깎는 기계소리만 요란한

아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출근 차량 소리가 드문드문

간혹 비가 온다는 기온이 뚝 떨어질 거라는 간절기

기다림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멀리 반짝이는 등대불에 조금 다시 설레여 보기도 한

내가 안쓰러워지는 화요일 아침

모두 나처럼 이상한 화요일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황동규 시인은 저체온 슬픔이라고 했다

숨이 죽은 채로 살아온 내 젊은 날은 저혈압 슬픔

가끔씩 내가 숨을 깊이 쉴 때는 녹슨 철근 냄새가 났다

외로움. 크게 뿜어내지도 길게 몸부림치지도 못했지

털어낼 엄두를 못 내고 가만히 덮고 살았다

반짝이는 것이 부끄러워 그늘로만 골라 다니던

시절이 이제 와서 안타깝지만

나이 들어 혈압이 정상치로 올랐으나

여전히 두르고 사는 이 쓸데없는 것에 대한

낭만은 저혈압 슬픔이다

외로움이라는 말, 그리움이라는 말, 꿈이라는 말이

덜 어색하고 과분하지 않게 들리는 것은

갱년기 지나 혈압이 오른 탓이다


김가은 / 시인·뉴저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