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일공동체 창립 30주년 맞아 애틀랜타서 미주이사회 참석 88년부터 소외된 이웃에 급식 10개국.17개 분원 단체 성장 "'밥심'으로 북한도 치유되길" 내년 중남미 지역 분원 개장 "미주 한인 동포들 역할 절실"
청량리역 광장에 쓰러져있던 노인에게 제공한 밥 한끼. 그 한끼가 평생의 소명이 됐다. 그렇게 시작한 거리 무상급식 '밥퍼 운동'은 3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수녀에게 청혼해 결혼까지 한 열정적인 청년은 이제 60이 넘은 시니어가 됐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사진) 목사의 이야기다. 그가 최근 미주다일공동체 정기 이사회 참석차 부인 김연수 사모와 함께 애틀랜타를 찾았다.
최 목사는 다일공동체 창립 30주년에 대해 "종교와 교파를 뛰어넘은 시민들의 쾌거"라며 "소외된 이웃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여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현재 다일공동체는 10개국 17개 분원을 통해 소외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30년 사역의 의미를 되새겼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밥심'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지난 4년간 '밥'을 매개로 화해와 평화 운동을 전개해왔다. 2015년 시작한 민간 통일운동인 '밥피스메이커'가 그것이다. 올해도 지난 8월 북한땅이 보이는 통일전망대에서 우리 민족의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밥'이라는 매개체로 회복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개최했다. 최 목사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제16대 주한 대사를 지낸 제임스 레이니 전 대사의 91세 축하연에 참석, '밥피스메이커' 운동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물고기 2마리와 떡 5개로 많은 사람들을 먹인 '오병이어'의 의미가 담긴 선물을 레이니 대사에게 전달했다. 최 목사는 "레이니 전 대사에게 다일공동체의 30년 사역을 설명하면서 선물에 담긴 의미를 전했더니 굉장히 놀라시더라"라면서 "미국에서 레이니 대사와 같은 영향력 있는 여러 분들이 밥으로 남과 북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운동을 전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밥에 평화가 있고, 밥에 답이 있다"며 "북한 땅에도 밥을 굶는 이들이 없도록 어떤 형태로의 '밥퍼'가 계속 됐으면 좋겠다. 민간 차원에서 소시민들이 저변에서부터 이런 나눔 운동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그가 던진 화두는 '화해', '통합'으로 압축됐다. 단체명 '다일'도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목사라기보다는 사회 운동가 같았다.
그는 애틀랜타에 방문해서도 한인 천주교 신부와 막역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최 목사는 "신학대학을 함께 다녔던 후배가 신부님이 됐다"면서 "다른 종파, 혹은 종교인을 만날 때마다 오해를 많이 받는다. 개신교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다. 개신교에서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노사간의 갈등, 빈부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집단 이기주의 등 갈등이 너무나 많다"면서 "더불어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종교밖에는 없다. 교회, 교단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 구교간 화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 주년을 맞은 다일공동체는 나눔의 상징인 청량리 밥퍼 건물 재건축을 위한 후원모금을 시작했다. 이 건물은 2010년 건축된 임시 가건물이다. 최 목사는 이곳에 많은 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종합복지관을 세울 생각이다. 그는 "노숙자 보호 쉼터가 서울 내 25개가 넘는데, 고독사를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이분들을 모시고자 하는 마음으로 재건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일공동체는 내년 중남미 온두라스나 과테말라 등 한 곳에 분원도 확대한다. 최 목사는 "네팔 대지진 당시 최대 진앙지였던 신두팔촉 지역을 재건하기 위해 미주 한인사회에서 15만 달러의 성금이 모아졌다"며 "중남미 지역은 지리적으로 미주 한인들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한 지역"이라면서 관심을 당부했다.
밥퍼 사역의 나아갈 방향을 역설하는 그의 모습에선 30년 전 청량리 광장의 노인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그때의 열정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