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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 한인 과학자가 밝혀냈다

'그래핀' 강도 측정한 컬럼비아대 이창구 박사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은 무엇일까?

다이아몬드? 나노튜브? 아니다. 흑연에서 분리된 나노물질인 그래핀(Graphene)이 그것.

막연히 가장 강하다고만 알려졌던 이 물질을 한인이 사상 처음으로 측정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이창구(37·컬럼비아대 기계공학과) 박사. 그는 후배 연구진과 함께 그래핀이 다이아몬드와 지금까지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나노튜브의 강도(약 60 기가파스칼)보다 두 배 이상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약 130 기가파스칼. 이 강도는 일반 강철의 200배 이상 센 수치. 과학계의 최고 권위지 사이언스는 지난 7월호에 이 박사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래핀을 가장 처음 발견한 건 영국의 과학자였지만 강도를 측정할 엄두를 아무도 내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올라 시작했고 1년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올해 초 성공했죠.”

이 박사는 기계공학도로 주로 팬(Fan)이나 엔진을 다루는 공학도다. 하지만 원자현미경 등 공학적인 기술로 기초과학에 가까운 그래핀 측정이 가능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게 됐다.

그는 “지도 교수가 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다”며 “사실 이전까지 하려던 실험이 계속 실패했던 터라 눈 밖에 났다고 볼 수 있었다”고 웃음 지었다.

이 박사가 택한 전략은 ‘최소비용의 연구’였다. 그래핀을 얻기 위해서는 흑연 알갱이를 분리해 한 겹의 납작한 분자 막을 얻는 것이 첫 단계. 그는 이를 위해 일반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했다. 테이프 안에 흑연을 넣고 붙인 뒤 떼어내면 흑연의 겹이 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막을 벗겨내고 마지막에는 열과 화학 작용을 통해 한 겹의 그래핀을 얻어내는 것.

“최첨단으로 세계 과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그래핀을 문방구에서 파는 테이프로 얻어낸다는 걸 들으면 웃지 않는 사람이 없죠.”

비교적 쉽게 그래핀을 얻어냈지만 난관에 부닥쳤다. 막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머리카락 만분의 일정도 크기의 침이 그래핀 막의 강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 부러졌던 것. 수천 달러를 들여 구입한 가장 강하다는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침을 사용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절망이었죠. 비싸게 준 5개의 침이 모두 부러져버렸으니까요. 포기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교수님께서 재정 걱정을 하지 말라면서 끝까지 하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일본의 한 회사가 새로 나왔다는 다이아몬드 침을 무료로 보내줬는데 성공된 겁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이 박사의 지도교수인 제임스 혼 교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이 무엇인가는 누구나 궁금해 한다. 이번 결과로 올림픽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 아닌가”라며 “모든 과학자들이 흥분하는 결과다”라고 극찬했다.

과학계는 이번 결과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전기적 특성이 강한 그래핀으로 한계에 도달한 반도체의 크기를 무한대로 줄일 수도 있고 지상과 위성을 잇는 우주 엘리베이터 소재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

이 박사는 스스로를 실패자에서 한 방에 대박을 터뜨린 행운아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어릴 때 로버트 태권브이를 보며 공학도가 됐고 늘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는 연구를 했기에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기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래핀의 반도체 공정 연구에 들어간 이 박사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이종행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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