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석양 보러…난 시청 전망대로 간다
고대 사원유적 지구라트 본 따
1964년까지 LA 최고층 건물로
장쾌한 다운타운 야경 한눈에
일단 1층에서 최고층까지 갈 수 있는 한계 높이는 22층이다. 전망대가 27층이니, 한번 더 갈아타야 한다는 얘기. 하지만 내려서 갈아탄 엘리베이터는 26층까지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중앙홀의 계단을 통해서야 비로소 27층에 이를 수 있다. 27층의 이르면 높은 천정을 가진 이벤트홀을 만나게 된다. 이 홀을 둘러싼 외부 난간이 바로 전망대인 셈이다. 전망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에게도 공개된다.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다. LA의 석양이 가슴이 벅차도록 장하고 시원스레 펼쳐진다. LA 다운타운을 즐기기에 이만한 전망대가 어디 있을까. 게다가 공짜가 아닌가. 특별한 용무가 있어야만 들르곤 했던 LA 시청, 구경 삼아서도 들러보자. 구석구석 숨은 볼거리가 적지 않다.
2010년 센서스 통계로는 380만여 명, 2017년 추산 400만 명의 행정 중심지인 LA 시청은 1926년에 착공해서 1928년 32층, 454피트 높이의 건물로 지어졌다. 이후 1964년까지는 LA 최고층 빌딩의 자리를 지켰다. 타워는 고대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의 피라미드형 사원 유적인 지구라트를 형상화했는데, 이때 쓰인 모래는 캘리포니아의 58개 카운티에서, 물은 샌디에고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자리한 21개의 역사적인 미션들에서 가져왔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내진 보강 공사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바닥 격리 구조로 되어 진도 8.2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멀리 태평양의 호박색 석양을 배경으로 하나 둘 다운타운의 빌딩들이 불을 밝힌다. 왼쪽으로 카탈리나섬과 팔로스 버디스 반도가 가물가물하고, 다운타운의 언덕이라고 할 벙커힐 지역에 들어선 US 뱅크와 웰스파고 빌딩을 위시한 마천루 군단 옆으로 브로드 박물관(The Broad)과 디즈니 콘서트홀이 반갑다. 발 아래로는 LA 타임스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단정하면서도 듬직한 몸채를 자랑하는 건물은 1937년 파리 엑스포에서 금상을 수상한 건축가 고든 카우프만의 솜씨다. 완공하던 해인 1935년에 미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인 후버댐도 완공됐다. 후버댐 역시 그의 작품이다.
전망대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2012년 마무리를 한 그랜드 파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외로이 불을 밝히고 있다. 전체 면적 12에이커에 달하는 이 공원은 종종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 스퀘어에 비교되기도 한다. 오른쪽 멀리 LA 다저스 구장이, 그 멀리로는 샌 게이브리얼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전망대가 둘러싼 이벤트홀은 지난 73년 LA시장에 당선돼 5선을 기록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시장 톰 브래들리의 이름이 붙어있다.
만 20년간의 재직기간 동안 서부의 한 도시에 지나지 않았떤 LA를 세계적 도시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A 국제공항 중 국제청사에도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LA국제공항.고층빌딩 등을 신축했고 지하철과 교통망을 정비했다. 84년 올림픽을 유치해 2억여달러의 흑자를 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다만 92년 LA흑인폭동때는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시청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3층이다. 건축가 오스틴 휘틀시가 디자인한 로턴다(원형홀)가 웅장하다. 비잔틴 스타일의 높은 천장과 대리석 바닥으로 이뤄진 이곳은 시청의 심장부 같은 곳이다. 파리, 피렌체,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남쪽 별관으로 이르는 복도를 따라가면 왼쪽에 반가운 전시물을 만난다.
1971년 LA와 자매결연을 맺은 부산시가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지난 1982년 LA시에 기증한 대형 거북선 모형이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층에는 또 한인사회의 주요 이슈를 비롯해서 LA의 시정을 담당하는 시의회가 자리하고 있다. 매주 화, 수, 금요일 10시에 시의회가 열린다. 누구라도 아무런 제지없이 시의회를 방문, 관람할 수 있다. 원한다면 입구의 스크린에다 발언권을 신청해서 발언할 수도 있다. 시의회 앞 복도에는 미주 한인 이민 115년 역사상 최초로 한인 1.5세 시의원 당선자 데이빗 류 시의원을 비롯해 LA 13지구의 시의원 패널이 붙어 있다. 168년의 LA 역사로도 첫 한인 입성 기록이다.
시청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거리로 나서니, 어느새 거리는 야경 모드다.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캘리포니아 주 교통국 건물과 로보캅의 모델이 됐던 LA경찰국 본부 건물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눈이 호사를 했으니, 이제는 그 호사를 입이 누릴 차례,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랜드 마켓으로 발길을 옮긴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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