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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여성 오르가즘과 두뇌

San Francisco

2008.09.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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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에서는 클라이맥스 때 남녀의 두뇌에 나타나는 변화를 양전자방출촬영장치(PET)를 이용해 조사했다. 19세에서 39세 사이 남자 11명, 여자 13명,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를 실험대상으로 했다. 동성연애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실험 대상자 24명의 혈관에 특수염료를 주사했는데 이들은 두뇌 기능에 어떤 변화가 있으면 PET 스캔에 색깔의 변화로 나타나게 되어 있었다.

남성의 경우, 스캐너는 휴식기, 파트너에 의해 발기된 기간, 그리고 파트너로 유도되어 사정할 때 일어난 두뇌의 변화를 측정했다. 여성의 경우, 휴식기, 파트너가 음핵을 자극할 때, 오르가즘 동작을 일부러 꾸밀 때, 그리고 실제로 오르가즘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두뇌의 변화를 살폈다.

연구자들이 남성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했을 때 두뇌의 변화를 조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스캐너가 두뇌의 활동을 조사하려면 적어도 2분 가량의 시간의 필요한데 남성의 클라이맥스는 길어봤자 10초면 소멸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여자에서 오르가즘을 가짜로 꾸미는 사이 의식적 행동을 관장하는 두뇌 피질에는 불이 계속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오르가즘에 도달했을 때 이 부분의 불이 꺼졌다. 그 활동이 정지된 것이고 쉽게 말해 잠시동안 의식 기능이 사라져 아뜩하게 정신이 나간 것이다. 이 때 여성이 취하는 모든 극렬한 신체운동도 무의식 하에서 진행되었다.

가장 뚜렷한 현상은 클라이맥스에 달하는 순간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지배하는 두뇌 속의 편도체(살구모양체, Amygdala)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 부위에 변화였다. 흥분기에 도달하면서 불이 조금씩 깜박거리더니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순간 불이 꺼져 활동이 정지되었다. 이 곳의 기능이 정지되면 두려움이나 스트레스에서 단절되기 때문에 결과로 여자는 마치 아편 주사를 맞은 직후 같은 극단적인 황홀감을 최대로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클라이맥스에 달한 것처럼 꾸미는 경우, 아무리 기막히게 연기를 해도 두뇌의 이 부위는 계속 활동중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PET를 사용해 두뇌활동 검사를 할 때 사지나 온 몸통은 아무리 움직여도 상관없지만 두뇌만은 스캐너에 완전히 고정시켜야 한다. 그래서 남녀 모두에서 성기 접촉을 통한 실험은 시도할 수 없었다. 결국 쉽게 표현하자면 구강 성교나 상대방에 의한 자위행위로 클라이맥스를 유도했다는 이야기다.

바이아그라는 남성의 발기 기능만 가능케 하지 오르가즘까지 돕지는 않는다.(근래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정한 항우울제를 사용할 때 오는 부작용으로 여성에서 성욕 감퇴나 만족감 상실, 경우에 한해 바이아그라가 성 기능을 항진시킨다고 한다.)

성교 전에 불안이나 긴장을 제거하는 약을 개발한다면 여성도 더 자주 오르가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포도주 한 잔만 마셔도 여성의 불안이나 두려움이 어느 정도 경감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이 글은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2005년 6월, 런던 타임스, SF크로니클, 그리고 가디언 같은 잡지에 발표된 기사를 근거로 했다.)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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