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지만 돈이 되는 기술이 있는가 하면 기술로는 첨단을 자랑하지만 돈이 안 되는 기술이 있다.
휴대폰 벨소리 대신 음악이 나오는 컬러 링을 보자. 2001년 여름 처음으로 이 서비스를 제안받은 한국 최대의 이동통신회사는 크게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대단히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고 또 교환기를 교체하는 큰 투자가 필요해서 망설였다고 한다. 9개월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서비스를 내놓자 가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청소년과 젊은층의 욕구에 제대로 맞아 떨어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는 중장년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만인만색의 컬러 링을 가지고 있다. 전철 안에서 '할머니~ 전화 받으세요'라는 어린애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할머니가 천천히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고 있다.
대략 전체 가입자의 반 정도가 컬러 링을 사용한다고 하니 그 매출액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첨단성보다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고객의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 간단한 기술로 큰 돈을 버는 길임을 보여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큰 부자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이마를 친 분들이 많을 것이다.
반면 기술의 첨단성에 비해 돈이 안된 기술로는 화상 전화가 있다. 화상전화는 오랫동안 첨단기술의 상징이었다. 기술 전람회에 참석한 대통령이 화상 전화 시범을 보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서 식상할 정도이다.
화상전화처럼 오랫동안 과학기술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별로 큰 돈을 벌어 주지 못한 기술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비행기 출장에 지친 대기업 중역들을 위한 고가의 화상회의 시스템은 모르겠지만 광범위한 유료서비스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밤잠도 설치며 어려운 상황에서 화상전화 기술을 개발한 많은 벤처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사실 화상 전화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음성이나 문자의 몇 십 배 또는 몇 백배가 되어야 한다.
컴퓨터가 그렇게 빠르지 않은 시절에 개발된 화상전화의 경우 빠른 처리 속도를 위해 아주 비싼 고속의 칩들을 사용했다. 80년대에 삼성전자에서 포항제철에 납품한 화상회의 시스템의 가격은 매우 높았지만 삼성전자가 화상회의나 화상전화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들어 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고 싶다고 말해 왔지만 지나칠 정도로 드러난 이 욕구는 어쩌면 진정한 욕구가 아닐 지도 모른다. 지금 메신저를 통해 무료로 화상 전화가 제공되고 있지만 그렇게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동화상의 데이터량이 음성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데 만약 휴대폰에서 이와 같은 비율대로 요금을 책정한다면 화상전화를 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정도로 가입자들의 욕구가 강할까? 이것이 바로 기술의 첨단성에도 불구하고 돈이 안 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숨어있는 사람들의 욕구를 어떻게 찾아 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나 동화 속에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열려라 참깨'에서 우리는 음성 인식 기술과 암호기술이 인간에게 필요한 다시 말해 돈이 되는 기술임을 알 수 있다.
과학 기술자들은 동화책을 읽으며 인류가 오랫동안 꿈꾸면서도 해결못한 욕구를 찾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