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 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일이 있었다. 한국 부동산 값 폭등으로 떼돈을 손에 쥐게 된 졸부(猝富)들이 세계 각 곳을 여행하면서 온갖 볼썽사나운 행동을 해서 뜻있는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었다. 예컨대, 중국 카페 여인들 앞에서 지폐(紙幣)로 부채질을 하면서 돈 많음을 과시, 거들먹거리는가 하면, 미국 고속도로에서 과속 티켓을 받자 ID카드 제시 때 100불짜리 몇 장을 끼워 건네다가 더욱 큰 벌을 받은 '코리안 졸부'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베트남에서 그 양상은 좀 다르지만, '코리안'들이 집단으로 '어글리'한 행동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어 또 한 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10년 만에 동남아 최정상에 올려놓은 박항서 감독, 그에 감사하는 뜻으로, 현지 베트남 한 업체(LAKA)가 '박항서 감사'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생활하거나 일하는 한국인은 우리 회사 매장(베트남 전역 10여 개)에 오라. 연말까지 어떤 상품이든 하나를 무료로 증정하겠다." 이 광고가 나간 후 며칠 동안은 20~30여 명,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숫자가 폭증, 멀리서 택시를 타고 오는가 하면, 최근에는 심지어 한국서 온 관광객들이 대형 버스(54인승)를 타고, 수백명 씩 떼지어 몰려와 구두, 가방 등을 한 개 씩 주워 갔다고 한다. 그 중에는 "한국으로 직송해 달라"는 얌체족 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에 그 회사는 페이스북 계정에 긴급 안내문을 올리고 "한국 국민을 아끼고, 모든 한국인에게 선물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앞으로는 장기간 체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함이나 서류 등을 제시하는 한국인에게만 선물을 주겠다"고 공지했다는 이야기다.
이 기사를 보면서 생각한다. 작년 한국 1인당 GNP는 3만 불을 넘어섰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관광을 갈 정도면 한국의 중산층 이상에 속할 거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 보다 못 사는 나라에 가서, 어떻게 그렇게 치사한 행동을 한단 말인가. 몸은 단군 이래 최고의 풍요(豊饒)를 누리면서, 가난했을 때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유전 인자가 아직도 몸에 밴 탓일 것인가?
좀 각도가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과 베트남 관계를 얘기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하나의 '역사적 부채'가 있다. 월남전 때 한국군의 '만행', 베트남 양민학살사건(설)이다. 그 진실 여부에는 "이다" "아니다" 왈가왈부가 있지만, 오늘 날 베트남 지방 여러 곳에는 '한국군 증오비 (또는 죄악 증거비)' '기념비' 등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한다. "남조선의 만행을 뼛속 깊이 새길 것."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 기억할 것."
한편 '위키백과'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1968년 2월 22일(음력 정월 24일) 청룡부대의 3개 소대가 하미 마을을 에워싸며 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세 곳에 따로 모았다. 장교의 지시에 따라 자동 소총과 유탄 발사기가 발사되었고 마을 30가구 135명이 2시간 만에 학살당했다. 학살이 끝난 뒤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은 서둘러 무덤을 만들고 희생자들을 묻었다. 그러나, 한국군은 불도저를 가져와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를 한꺼번에 묻어 버렸다."
선진(先進)을 자부하고 풍요를 누리는 한국인들, 진정 일류 국가 일등 국민이 되려면 우리와 이런 연고가 있는 나라에 가서 '공짜 선물'에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이런 전적지(戰跡地)라도 찾아 '증오비'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부끄러워했어야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