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박수 소리가 사라지다
'박수를 치다'는 순우리말로는 '손뼉을 치다' 입니다. 박수를 치는 것과 손뼉을 치는 것은 느낌이 좀 다릅니다. 박수에는 찬성이나 칭찬, 격려의 느낌이 강하다면 손뼉에는 기쁨의 느낌이 강합니다. 박수는 좀 의도적인 느낌이 강하고, 손뼉은 본능적인 느낌이 강하다고나 할까요? 어떤 사람을 칭찬하기 위해 박수를 쳤다는 말은 괜찮지만 그 사람에게 손뼉을 쳤다는 말은 좀 어색합니다.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는 말은 괜찮지만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는 말은 좀 어색합니다. 이렇게 보면 아마도 우리 문화에서는 박수를 치는 문화가 잘 발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윗사람이 입장할 때 박수를 치는 것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을까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쁜 감정을 표출할 때는 자연스레 손뼉을 마주 칩니다.'손뼉'은 어원적으로 '손+벽'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손에 있는 벽이라는 뜻이지요. 벽은 바닥과도 통합니다. 손뼉을 치는 행위는 달리 말하면 손바닥을 서로 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방언에서는 '손뼉을 치다'를 '손바닥을 치다'라고 표현하는 곳도 있습니다. 벽과 바닥의 연관성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손뼉을 치는 행위는 본능적인 신체언어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기뻐 웃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손뼉을 칩니다. 그건 박수하고는 좀 다른 행위입니다.
예전에는 비행기를 탈 때 박수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바로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면 승객 모두 박수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환호성을 지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도 박수를 친 적이 많습니다. 이 때 박수는 무사히 우리를 데려온 조종사나 승무원에 대한 감사의 박수이기도 하고, 기쁨의 손뼉 소리이기도 하였을 겁니다. 비행기의 무사한 착륙은 기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타면 왠지 긴장이 됩니다. 심하게 기체가 흔들릴 때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비행기는 사고가 적기는 하지만 사고가 나면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종종 죽음을 각오하는 일로 생각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비행기를 타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그랬습니다. 제 기억 속에 제일 긴장되었던 순간은 저와 아내, 아들 둘이 모두 같이 미국에 계신 부모님을 뵙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탔을 때입니다. 부모님을 뵈러 간다는 즐거움은 비행기의 심한 요동으로 깨지고 말았습니다. 기류 변화로 출렁이는 비행기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기도를 했고,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갑자기 비행기가 툭 떨어지는 경험은 무서운 순간이었습니다.
부모님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사실 저는 그때 그다지 두렵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함께 간다면 그 어디라도 두렵지도 슬프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두고 떠나는 일은 언제나 걱정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도 무섭지는 않습니다. 물론 나중에 생각해 보니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생각이었지만 말입니다. 다른 슬픔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처음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아이가 있는 부부는 둘이 여행을 하는 경우에 함께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가 있는 경우에 부부가 따로 타야 아이가 고아가 되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는 그만큼 위험한 수단이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네요. 그런 생각을 하고 비행기를 탔으니 당연히 박수를 쳐야 하겠죠.
시간이 흘러가면서 부부가 따로 타는 일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박수를 치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합니다. 가끔 아주 위험한 비행을 마쳤을 때만 박수를 치는 것 같습니다. 박수소리가 사라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비행기가 착륙하면 혼자서 박수를 칩니다. 종종은 마음의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 하늘을 날아온 순간을 지나면서 다시 살아난 기분을 느낍니다. 마음 속에서는 박수 소리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쁘고 고마운 일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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