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가 거침없이 내뱉었다. 시대가 변해 애어른 할 것 없이 다 스마트폰을 쓴다. 자식들이 멀리 있어 교회에 가서 젊은이들에게 들이밀 수밖에 없지 싶다. 나중에 애들이 알고 질겁하며 전화와 컴퓨터는 아무한테나 들이밀면 안 된다고 한다.
친구 어르신이 도와준다고 스마트폰을 보다 못해 아들 같은 젊은이에게 물었다. 그 옆에 서있던 그의 부인 S가 어깨너머로 들여다 보다 '이건 지우고' 하고 던진 말이었다. 순간 머릿속을 휑하고 도는 성질을 꾹 누르며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직격탄이 날아갔을 텐데 싶었다. 집에 와서 속을 부글거리다가 친구에게 그 말을 했다. 그때 친구는 그 말을 한 S가 미국에서 일류대학을 나왔고 한다.
글쎄, 일류대학을 나와 지식이 많으면 저절로 인격까지 높아지는 걸까. 현실은 비행기를 탈것 같지 않다던 노인은 아직도 종종 비행기를 타고다닌다. 늙은 게 죄가 아닌데, 그렇다고 하대하는 젊은이가 비단 S뿐만이 아닌 세상이라 슬프다.
요즘 세상은 예전보다 수준높은 공부를 많이 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지식의 축적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젊다고 다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연장자라고 다 지혜가 있는 것 또한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지식과 지혜 그리고 인격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오래전부터 많은 젊은이가 지식은 넘치는데 지혜는 턱없이 부족하지 싶게 보였다. 인생 연륜과 경험, 사색의 깊이 부족으로 인해 그런 것이 아닐까.
지식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을 배우거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 명사인 지혜는 어떤 일이나 대상이 가진 근본적인 성질이나 속성을 바르게 깨닫고 판단하는 힘. 만물의 어머니라는 지식은 밖의 배움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지혜는 안의 깨달음이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언젠가 아이가 '엄마, 우리 할아버지 저 세상 가시면 저 많은 지식이 아까워서 어쩌지요?' 하던 생각이 난다. 그렇다. 지식이라는 건 누구에게 100%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외국유학 후 높은 경지의 교육자로 후학을 양성했기에 손자가 존경해서 한 말이리라. 지식(젊은)이 지혜(노인)를 무시하는 걸 종종 본다. 그러나 지혜 있는 사람은 지식인을 존중하기는 해도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3살 아이에게서도 배우며 사는 것이 필요하고 현명하리라.
어르신들도 신문, 방송, 책 등을 통해 배울 것이 많다. 그것이 결국 멍하게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50대 이상 한국 사람이 좋아한다는 유튜브도 좋지만, 여과 장치가 없음을 감안해 말이면 다 말이 아님을 재분석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누구라도 늙어 노인이 되는 건 생의 한 과정이다. 어르신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지혜로운 젊은이가 많은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