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려 애가 된 할머니 간난(김수미)과 억척스러운 과일장수 엄마 남희(심혜진) 그리고 아나운서를 꿈꾸지만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나래.
모녀 삼대가 복닥거리며 살고 있는 이 곳에 남자가 들어오게 된다. 남희의 트럭에 치일 뻔한 준(이상우)이 바로 주인공. 준은 살짝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빼어난 외모를 가진데다 마술 등의 잡기에 능한 알쏭달쏭한 인물이다.
잘생긴 준의 등장에 간난은 손뼉치며 좋아하고 나래는 낯설어 하지만 남희는 준을 불쌍히 여겨 함께 과일장사에 나선다.
준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남희는 점점 억척 아줌마가 아닌 여자로서의 자신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나운서로 향하는 길에 번번이 '장애물(준)'을 만나는 나래와 그런 딸을 지켜보는 남희의 관계가 악화 되면서 애꿎게도 불화의 화살이 준에게로 날아온다.
영화 '흑심모녀'는 마치 '그들만의 리그' 처럼 힘겹지만 즐겁게 살아가던 세 모녀가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등장한 후 그를 차지하려는(?) 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 남자를 밝히는 뻔뻔한 아낙네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잔잔한 가족영화에 가깝다. 어느 착한 손님이 먹고살기 바쁜 가족에게 사랑을 되찾아주는 동화 같은 이미지로 가득하다. 배경 또한 정감 가는 시골 풍경이며 40을 훌쩍 넘긴 이웃집 노총각이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따뜻한 세상이다.
그러나 옥의 티없는 한국영화는 요즘 찾기 힘들다. 영화 전반에 깔리는 썰렁한 유머들과 현실성 떨어지는 설정 특히 외설적인 제목을 붙여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치한 마케팅 전략은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다.
무었보다도 영화가 '괜찮은' 스토리를 지닌 작품이기에 제목만 보고 관람 자체를 포기한 관객들을 생각한다면 제작자 측은 담당자를 엄벌에 처해도 모자랄 것이다.
배꼽을 잡게하는 코미디는 아니지만 따뜻한 메시지를 지닌 가족영화로 주말에 온 가족이 모여서 보기에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