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50개주 최고봉 등정기] 4863피트 속에 '이색 정원'
Los Angeles
2008.09.18 15:13
스프루스 놉(Spruce Knob West Virginia)
웨스트 버지니아주는 같은 미국 안에 있으면서도 온통 강대국에 둘러 쌓여있는 한국과 같은 느낌이 든다.
서북쪽으로는 Ohio주 서남쪽으로는 Kenturky주 북쪽으로는 Pennsylvania주 북 동쪽에는 Maryland 동쪽의 아파라치안 산맥 너머로는 Virginia주의 큰 땅들을 가진 5개 주에 둘러 쌓여 있어 가진 땅도 그리 넓지 않은 터에 답답하기도 하다.
더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동쪽으로 아파라치안 산맥이 마치 벽 같이 가려 있어 기후나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 별칭 그대로 Mt. State이다.
미 50개 주 최고봉 등정 18번째인 Spruce Knob의 높이는 4863피트에 불과하지만 W Virginia주 안에서만큼은 제일 높은 산이다. 때가 아직 이른 봄이지만 가족 나들이의 상춘객들이 꽤나 많아 보인다.
Spruce Knob은 특별한 나무 종류인 수종을 가리키는 말로 112번 Gate Way라는 식당 뒷길로 8마일 정도 올라오면서 꽉 들어찬 수림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날씨가 쌀랑거려서 그런지 이제 움만 트기 시작했다.
비 포장 도로를 포함해서 정상 위에 올라서면 4군데에 큼직한 주차장이 있는데 서쪽으로 900피트 정도 걸어 들어가면 마치 잉카문명의 건축양식 같은 38계단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조금 전에는 돌 바닥에 최고봉의 상징인 벤치 마크의 측량 기점이 있다.
타워 위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니 시야에 들어오는 경관이 매우 좋다.
타워 서쪽으로 반 마일 정도의 산책로가 있고 주차장 북쪽으로 시작하는 Huckleberry Trail은 왕복 12마일의 등산로인데 큰 나무 사이 사이로 진한 홍색과 하얀 백색과 핑크색의 진달래 나무가 등산로 양쪽으로 지천이다.
더욱이 바닥에는 야생 난 꽃들이 제철을 만난 듯 경쟁하듯 순들이 올라와 있다. 다음달쯤 절정기에는 자연이 만든 정원을 걷는 기분이라고 통성명도 나누지 않은 한 등산객이 길을 막고 침이 마르게 일장 연설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생각난다.
동백꽃을 보기 위해 선운사에 올랐더니 때가 일러 동백꽃은 보지 못하고 아낙네들의 탁주 타령만 듣고 발길을 돌린다는 시구가 어쩌면 지금의 내 경우와 이렇게 일치할수 있단 말인가.
에버그린 등산 클럽 김평식 (213)445-0320
# 080807_김평식의 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