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맛 vs 맛···유럽 레스토랑 출신 '스타 셰프'가 만났다
Los Angeles
2008.09.22 15:12
김소희씨 '불고기 얹은 당귀 수제비', 레오 강씨 '감자가 있는 홍어구이'
흔히 말하기를 한국음식은 세계화가 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자잘한 반찬이 빠져서는 안되고 국없는 한식은 맛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음식을 먹기 편하도록 한 접시에 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한식은 전반적으로 맵고 짜다는 것도 세계화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 유럽 주방 출신의 한인 두 별이 세계인의 입맛을 겨냥한 한식 새 메뉴를 개발했다.
주인공은 오스트리아에서 ‘킴 코호트’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김소희(43)씨와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활약중인 레오 강(32)씨다. 강씨는 런던의 ‘고든 램지’식당의 두바이 분점 헤드 셰프를 지냈던 인물.
두 사람은 최근 서울 푸드페스티벌에서 독특한 개성으로 만들어낸 한식을 선보였다. 이들은 음식 소개와 함께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소희의 “불고기 얹은 당귀 수제비”
단순한 수제비지만 조리법이 만만치 않다. 국물은 멸치·무·다시마를 넣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수제비는 당귀를 갈아 넣어 푸른색으로 반죽한다.
일반 수제비와 달리 반죽을 끓는 국물에 바로 떼어 넣지 않는 게 김소희표 수제비의 특징. 다른 국물에서 수제비만 따로 익혀 옮겨 넣는다. 그래야 국물이 탁하지 않아 재료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있단다.
여기에 볶은 불고기와 단호박·미나리·배·신선초 등의 고명을 듬뿍 얹는다. 익숙한 재료지만 조합의 결과는 우리의 입에도 낯설다.
음식을 완성하고 먹는 법을 설명한다. “고명을 국물에 섞어 수제비와 함께 숟가락으로 떠드세요.” 먹는 법을 설명하는 데서 킴 코흐트에서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던 습관이 그대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에게 제일 먼저 알려준 한국 음식이 쌈이었어요. 손 위에 상추를 올려 쌈을 싸는 게 젓가락과 숟가락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쉽기 때문이었죠.” 먹는 방법을 배우다 보면 음식을 알게 되고, 아는 음식이 하나 둘 늘다 보면 음식문화도 이해하기 때문이란다.
‘애프터서비스’도 놓치지 않는다. 자신의 음식을 먹고 난 이들에게 꼭 맛이 어땠는지 묻는다. 질문은 구체적이다. “국물이 짠가요?” “당귀 맛이 어때요?” 겸손하고 친근감이 넘친다. 그녀가 이국 땅에서 인정받은 이유인 모양이다.
▷레오강의 “감자가 있는 홍어구이”
해외유학파 조리사답게 유럽의 조리법에 기반을 두고 한국의 재료를 가미한 메뉴다.
신선한 홍어를 볶은 쌀가루에 묻혀 팬에 노릇노릇 구워낸다. 여기에 오렌지.자몽.라임.레몬.민트.통후추.올리브오일로 만든 소스를 두르고 으깬 감자를 함께 내놓는다.
암모니아 냄새만 폴폴 풍기는 삭힌 홍어가 아닌 향긋하고 부드러운 홍어 구이다. 부드럽고 차진 홍어 속살과 바삭한 쌀가루 표면이 입안에서 부딪침 없이 조화를 이룬다. 고소한 홍어 살과 매콤새콤한 소스가 또 다른 대비의 묘미를 선사한다.
사실 홍어는 유럽에서도 즐겨 먹는 재료다. 주로 스테이크로 먹는데 레오강은 우리 쌀과 접목시켜 기존 음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한국 음식을 해외에 알리려면 그들의 재료로도 한식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외국 요리사들도 한국의 조리법을 이해해 만들어 볼 엄두라도 내지요."
남의 입을 공략하려면 우리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란 레오강의 얘기다. 이어 새로운 스타일의 한식 창조가 시급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럽에선 프랑스식.이탈리아식 같은 정통 스타일이 통하지 않아요. 오트 퀴진(Haute Cuisin.최고급 요리)의 장르로 고든.노부 등 각 스타 셰프 특유의 요리들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요."
글=황준민.백혜선 기자 사진=김민규.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