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의 멋진 음악이 있는 그림 같은 항구도시
프랑스 옹플레르(Honfleur)

암스테르담을 연상시키는 옹플레르 항구의 성냥갑 집들.

해양 박물관(Musee de la marine d'Honfleur) 입구.
무반주의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듣는이의 영혼을 울리는 찬트. 짐노페디(Gymnopedies)는 1888년에 사티가 작곡한 3곡의 피아노 모음곡이다. 느리게 반복되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듣는 이들을 고독의 심연 속에 빠트린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멜로디다. 시몬스 침대 광고, BMW 자동차 광고, 맨 온 와이어 다큐멘터리 영화 등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였다. 그래서 사티는 몰라도 짐노페디의 선율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게 다가온다. 짐노페디는 고대 스파르타의 젊은이들이 나체로 춤추는 것을 말한다.
옹플레르는 11세기에 생긴 항구 마을이다. 백년 전쟁 당시에는 영국에 대항하는 군사요충지였다. 구 항구 입구에는 1789년 방어를 목적으로 지은 왕의 부관이란 뜻의 리외트낭스(Lieutenance)가 있다. 당시 왕의 부관이 옹플레르 출신이라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사무엘 드 샹플랭의 기념비도 보인다. 샹플랭은 옹플레르에서 출발하여 캐나다의 퀘벡을 발견한 사람이다. 바로 옆에는 샹플랭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까지 있다. 항구에는 노르망디 특유의 목조가옥들이 줄지어 서있다. 항구를 조금 벗어나면 생트 카트린 교회(Eglise Ste-Catherine)가 나온다. 15세기에 완성된 카트린 교회는 프랑스에서는 가장 큰 목조 교회다. 백 년 전쟁이 끝나자 시민들은 하나님께 감사하여 교회를 짓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당시 석재와 석공은 수요가 많아 구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목수들을 총동원해 목조 교회를 세운 것이다. 예배당 천장은 항구도시답게 배를 거꾸로 매달아 놨다.

해양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오래된 잠수복.
해양 박물관(Musee de la marine d'Honfleur)은 1976년 세워진 것이다. 14세기에 세운 생 테티엔(Saint-Etienne) 교회 예배당을 전시관으로 사용한다. 이곳은 1802년부터 대형 청어 거래소, 극장, 세관 창고 등으로 쓰이다가 박물관이 된 것이다. 전시관에는 오래된 잠수복, 중세시대 망치와 끌, 해양용 지도, 조각, 판화, 회화, 배 모형, 문헌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그 외에도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동상 등 교회에 있던 전시물도 포함돼 있다.
사티의 집(Les Maisons Satie)은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사티는 음악 외에도 문학과 그림에도 소질이 많았다. 그는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피카소와 장 콕토와도 친분이 있었다. 특히 장 콕토는 23세 연장인 사티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작품 중에는 1917년에 만든 행렬(Parade)이 있다. 대본과 감독은 장 콕토, 무대 디자인과 의상은 파블로 피카소, 안무는 레오니드 마신 그리고 에릭 사티가 음악을 맡았다. 10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감상해도 감동이다. 당대의 천재들이 합심해 만든 작품이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박물관은 사티처럼 변덕스럽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다. 이곳에서는 6개의 그노시엔느, 3개의 짐노페디 등 사티의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의 옹플레르. 그곳에는 사티의 멋진 음악까지 있다.
▶외젠 부댕(Eugene Boudin) 박물관 입장료: 7-10월 8유로, 그 외에는 6유로
▶에릭 사티 박물관 입장료 : 6.3유로
▶해양 박물관 입장료: 4유로
▶생트 카트린 교회 종탑 입장료: 3유로
▶박물관 패스: 외젠 부댕 박물관+에릭 사티 박물관+해양 박물관+민족지학 박물관=12유로
곽노은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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