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원자들로부터 다양한 경험을 요구한다. 봉사활동이나 특기활동이 그 예다. 물론 다양한 인턴십도 포함된다. 이는 신입생 선발에서 뿐 아니라 편입심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해 편입을 시도할 때 역시 GPA나 선택과목의 난이도나 다양성 뿐 아니라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 지를 심사한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조지 워싱턴 대학에 진학했지만 가정 사정으로 학업을 끝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존 주니어 송 군은 길고 긴 길을 돌아 곧 UC버클리 편입을 앞두고 있다. 고교 동창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나이에 3학년으로 진학하는 송 군은 “지금은 좀 늦었는 지 모르지만 빠른시일 내에 추월할 만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무기란 ‘경험’이다.
존 군의 UC버클리 지원서에서 과외활동이나 특기활동을 적는 지면에 다른 학생들처럼 화려한 리더십 경험이나 수상경력은 보이지 않았다. 편입지원서이기 때문에 고교시절에 쌓아두었던 그 많은 활동을 적을 수는 없었다. 대신 존 군은 다양한 직장 경험으로 지면을 메웠다. 조지 워싱턴 대학 2학년에 재학중이던 2006년 봄 학교문을 박차고 나온 이후 2년 여 동안 체험한 치열한 사회경험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깨달음과 짙은 교훈을 주었는 지 그리고 자신을 얼마나 강하게 했는 지를 에세이로도 작성했다. 그리고 합격장을 받아냈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그 무엇보다 좋아하고 즐겼던 존 군은 2004년 고교 졸업과 함께 조지 워싱턴 대학에 진학했다. 전공은 영문학. DC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한편 뛰어난 영문학 프로그램에 매료돼 일찌감치 제1지망으로 꼽아두었던 대학이었다.
예상대로 교수진은 훌륭했고 캠퍼스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재학생들의 대다수가 명문가 혹은 재정적으로 풍부한 집안의 자녀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그들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받는 교수들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맘껏 공부만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사치였는가를 깨닫는 계기가 닥쳤다. LA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던 비즈니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더이상 자신이 있을 곳은 대학 캠퍼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 생각하지 않고 LA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형적인 소규모 레스토랑 운영은 이제 자신의 몫이 되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형과 함께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자정 가까와서야 퇴근하는 강행군이 1년 6개월이나 계속됐다. 음식을 만드는 일을 제외하고는 손님의 주문을 받는 일부터 설겆이 청소까지 닥치는대로 했다. 게다가 종업원 인건비 렌트비 등 모든 결재까지도 그의 몫이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2007년 여름학기부터는 인근 커뮤니티 칼리지 서머스쿨에 등록할 수 있었다. 다시 조지 워싱턴 대학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그 비싼 학비를 지출하는데 대한 부담감이 앞섰다. 생각끝에 되도록 저렴한 학비로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UC라는 생각에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한 편입 준비에 돌입했다.60학점을 택했어야만 3학년 편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서머스쿨에 16학점을 택하면서 본격적으로 학생의 본업으로 돌아가기 위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살인적인 스케줄과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필요로 하는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생각해보니 공부가 너무나 쉬웠고 또 재미있어졌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여름학기 전과목 A를 비롯해 편입에 필요한 나머지 학점을 채운 결과 그의 GPA는 3.8.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하는 기간에도 자동차 세일즈맨 등으로 내내 풀타임 일을 유지했다.
고교를 졸업할 때는 영문학도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영문학과 경영학을 같이 공부해 출판사를 경영하겠다는 좀더 구체적인 계획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대학에서도 아마 이런점을 인정했기 때문에 합격시킨 것이 아닐까요"
비록 대학 졸업시기는 남들보다 조금 늦어지겠지만 이미 사회경험으로서는 자신이 또래보다 훨씬 선배이기 때문에 사회출발점은 자신이 앞선 것과 같다는 존 군의 표정에서 무한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