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몬트의 맨스필드산을 오르고 내려오다가 방문자센터에서 미모의 레인저 요원을 만났지요. 미국 생활 30년동안 가장 눈에 띄는 미인이었는데 몇마디 나누다보니 제가 오른 남쪽 봉우리는 최고봉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북쪽 봉우리를 올랐지요. 이럴땐 미인덕을 봤다고 해야 하는지."
지난 2월 미국의 50개주 최고봉 정복에 나섰던 김평식(68.사진) 에버그린 등산클럽 명예회장이 지난달 예상보다 빨리 완등에 성공해 LA로 돌아왔다. 〈본지 2008년2월6일자 A-6면>
우선 김씨의 여정에 관한 통계는 이렇다. 69박을 호텔에서 잤다. 공항에서 등정할 산으로 이동한 거리는 하루에 12~13시간씩 총 2만512마일 공항은 모두 13개를 드나들었고 비행한 거리는 4만184마일. 출발은 지난 2월11일 마지막 등정은 지난달 21일 메인주의 백스터 피크였다. 스피드 티켓은 뉴햄프셔와 뉴저지에서 각각 한장씩.
"아쉬운 곳도 있지요. 북미 최고봉 매킨리는 못올랐습니다. 혼자 등정할 만한 산이 아니어서 여한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한국 등산 전문가도 8명이 산화했더군요."
또 아쉬운 것도 있다. 25번째 주였던 애리조나의 험프리 피크는 허리까지 빠지는 눈때문에 끝까지 오르지 못했다.
김씨는 막상 몇달만에 50개주를 다 돈다는 것도 힘들었지만 변화무쌍한 날씨에 매번 죽기직전까지 갔다왔다고 말했다. 평지는 80도를 넘나드는 날씨인데 정상은 바람때문에 사람이 날라갈 정도였다고.
또한 정보도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았다. 일리노이주의 찰스산은 6~8월에는 첫 토요일만 일반에 공개하는 이를 모르고 갔다가 사유지 무단침입으로 걸려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김씨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죽을 뻔한 곳들이었다"면서 "기행문을 책으로 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지상 기행문은 금요일마다 발행되는 주말세상 섹션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