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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완강한 벽

New York

2019.04.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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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앞을 가로 막는다

완강한 이 벽을 어쩌는 수 없다

단단함과 두꺼움이 불가능을 앞세운다

뒷걸음 치며 깊은 골짜기를 휘돌아 나온



바람의 침묵을 들이 마신다

회백색을 벽에 짙게 칠한 후

변함없이 거칠은 벽의 손을 잡는다

언젠가는 내가 넘어야 할 벽

흩어진 생각의 조각들을 짜 맞추어

담담하게 지나온 사랑을 고백한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을 보았어야 한다

벽과 벽을 넘나드는 정염의 색깔도

누군가 사랑의 꽃송이를 내밀었을 때

두 팔이 없었던 순간을 당신은 알아야….



공중에 한 줄로 날개 접은 새들 잠시 후

푸른 허공을 푸드득 날아갈 것이다

날개 뒤에 숨겨진 벽을 무너뜨리는 순간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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