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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꿈꾸는 10대 소녀의 역경기

Los Angeles

2019.04.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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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풍부한 인디 뮤지컬
야망 감춘 무대 뒤 모습도
틴 스피릿 (Teen Spirit)
[LD Entertainment & Bleeker Street]

[LD Entertainment & Bleeker Street]

감독: 맥스 밍겔라
주연: 엘르 패닝, 레베카 홀, 즐라코 부릭
장르: 뮤지컬, 드라마
상영시간: 92분


폴란드계 이민 가정에서 자란 바이올렛은 영국의 작은 섬마을(Isle of Wight)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열일곱 살의 고등학생인 그녀는 틈틈이 선술집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어머니를 돕는다.

내성적인 성격의 바이올렛은 선천적으로 노래에 특출한 재능을 지녔다. 팝스타가 되는 게 그녀의 꿈이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없다.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집착이 오히려 방해 요소이다. 어머니는 노래는 교회 성가대에서 부르면 된다는 식이다.

영국의 인기있는 TV쇼 '틴스피릿'의 오디션 광고를 보고 어머니 몰래 참가하기로 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기만 하다.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의 허락은 엄두조차 못 낼 일이다.

한때 오페라 가수로 화려한 경력을 지녔지만 시골구석에서 초라한 삶을 살고 있는 블라드가 선술집에서 노래를 하는 바이올렛의 재능을 알아보고 보호자로 나서준다. 바이올렛은 블라드의 도움으로 오디션 결선까지 진출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승을 놓치고 만다. 잠시 좌절의 시간이 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그녀에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온다. 오디션 우승자의 부정이 발각되어 대신 바이올렛이 틴스피릿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바이올렛 일행이 런던에 도착한다. 며칠간의 호화로운 호텔 생활을 배경으로 스타를 꿈꾸는 10대들의 심리와 그들의 탤런트 뒤에서 흥행을 노리는 기획사의 상술이 개입되면서 바이올렛과 블라드 사이에 미묘한 충돌이 일어난다.

'보헤미안 랩소디', '스타 이즈 본' 등에서 보았던 그랜드 피날레의 감동에 비하면 스케일이 작은 영화지만 최근 영화가에 불고 있는 새로운 장르 '인디 뮤지컬'의 영화로서 나름의 감동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젊은층에 어필하는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로 치장되어 있고 10대의 감수성 묘사에 연출자의 배려가 엿보인다.

이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한 맥스 밍겔라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감독 앤서니 밍겔라(2008년 타계)의 아들이다.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이 영화로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 초대되어 '스타 이즈 본'의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신인 감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언니 다코다 패닝의 동생으로만 알려져 있던 엘르 패닝은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이들 부부의 딸로 출연했던 아역배우 출신의 유망주다. 2010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썸웨어(소피아 코폴라 연출)'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스타의 입지를 굳힌 이후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가고 있다.

레베카 홀이 기획사 임원으로 잠시 카메오 출연을 한다. 블라드 역의 크로아티아 출신 배우 즐라코 버릭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의 유머와 인간미가 무대에 오르는 예비 스타의 긴장을 훈훈히 녹여준다. 한인타운 인근 그로브몰의 퍼시픽시어터, AMC 극장 등에서 상영중이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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