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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당] 스스로와 싸운 50개 주 최고봉 등정

Los Angeles

2008.10.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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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식/에버그린 산악회
참으로 원 없이 다녀 봤다.

지난 2월 11일 시작해 7개월 14일 만에 지구를 거의 3바퀴 정도나 돈 셈이다.

지난 9월 21일 11시 55분 50개의 정상 중에서 마지막 정상을 밟는 극적인 순간이 바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기도 한데 하루 최고 13시간씩도 운전을 하며 그 동안 두번의 스피드 티켓을 받았으며 69박을 호텔에서 잠을 잤고 80일간을 오직 산과 동고동락을 하며 한인으로선 처음으로 미 50개주 최고봉 등정을 마쳤다.

50개 주를 다 찾아 다니기도 어려운 판에 거기에다 최고봉을 오른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동안에 즐거운 일도 많았으며 어려운 일과 난처한 일 곤란스러운 일 등 별의 별일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마지막 메인주의 5267피트 높이의 캐타딘 피크(Katahdin Peak)는 참으로 잊을 수가 없다.

지난달 20일 밤 바로 산 밑 근처 호텔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동도 트기 전에 출발하여 레인저 사무실에 도착하니 응급 시 알릴 전화 번호와 행선지를 달란다.

두 번째 사무실에서는 이렇게 일찍 올라가는 사람한테 플래시 전등이 있느냐고 묻는다.

세 번째 오피스에서는 입산 시간과 나오는 시간을 반드시 기록하란다. 왕복 11마일이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면 제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일찍 내려 오겠다고 마음 속으로 계획을 잡았는데 아무래도 조짐이 이상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왕복 11마일에 꼬박 9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걷고 나니 온몸이 아프다.

그것도 코스나 쉬운가? 높은 산 바위나 타고 다니는 산양 떼들이나 다니는 채석장 같은 바위 위를 네발로 기어 오르거나 바위를 뛰어 넘나 들며 흙이라곤 밟아 볼 수가 전연 없을 정도로 등산로는 오직 돌과 나무뿌리뿐이었다.

거기에다 해발 고도를 3800피트나 올라 가야하고 정상에 올라서니 화씨 10도의 추위에 땀까지 흠뻑 흘린 터라 잠시도 오래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겨우 주차장에 다시 돌아 오니 마른 북어 두드려 놓은 듯 실컷 얻어 맞은 느낌이다.

이제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한 마당에 다음 날은 하루 편하게 쉬고 보스턴에 있는 아들한테 가리라 마음 먹고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으로 내려갔다.

이 국립공원 안에서는 캐딜랙 마운틴이 제일 높고 경치도 대단히 좋다. 부시 대통령의 딸인 제니 부시가 2008년 정월 초 하루 새해 아침 먼동이 트기 시작할 때 남자 친구로부터 이곳에서 사랑의 언약을 받았다는 바로 그 산이다.

내려 오면서 메인주 안에서는 가장 깨끗한 물로 정평이 나 있는 조던 호수로 내려 왔다.

포드 가문이나 록펠러 또는 카네기 등 미국의 재벌 총수들이나 드나 들었다는 조던 폰드 하우스에서 들러 향긋한 와인 냄새를 코끝으로 음미하며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산과 호수의 황홀한 산수 경치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조던 폰드를 한 바퀴 도는 등산로는 또한 어떠한가? 3마일이나 되는 트레일은 어제의 지옥 같은 산속에서 빠져 나와서 그런지 최상의 칭송을 다 하여도 부족 하리만큼 매혹적이었다.

그 동안 수많은 천재지변을 용케도 잘 피해 다니며 마무리 짓는 날 까지 아무 변고가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며느리한테 주기 위해 메인주의 특산물인 랍스터 서너 마리를 샀다. 몸통을 보니 속살이 꽤나 통통하구나. 내 인생에 한 페이지 역사의 장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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