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아프리카로의 특별한 여행 12박 13일
생동감 넘치는 아프리카, 자연과 사람의 경계에 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떼를 지어 달리는 톰슨 영양들, 그 뒤를 오와 열을 맞춰 따라 붙는 사자들의 무리.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도망치는 영양들과 이를 따라잡아 사냥에 성공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사자 무리의 온 힘을 다한 사냥. 자연의 섭리일 테지만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사자의 날카로운 송곳니에 목을 물려 축 처진 영양의 그 모습이 안쓰럽고 안타까운 인상으로 남아 있다.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자연의 순환법칙의 근본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곳인 것이다. 그들에게는 삶이지만 관광객에게는 평생의 기억으로 저장될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그런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사이마라는 어찌 보면 참으로 생소한 이름이다. 아프리카 최대의 국립공원이자 자연보호구역임과 동시에 최대 규모의 사파리투어를 위한 곳이지만 말이다. 마사이마라는 동아프리카 케냐의 서남쪽에 위치한 국립보호구역으로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 그 경계를 나눠 갖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프리카의 사파리는 세렝게티이지만 알고 보면 동물들에게는 같은 땅이자 국경 없는 하나의 공간일 것이다. 마사이마라와 세렝게티의 장대한 생태계는 다양한 초식동물들과 이들을 노리는 천적들의 치열한 사투의 무대로 각종 미디어에 노출돼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매년 우기가 끝나는 시점은 9월이 되면 200만 마리가 넘는 누떼와 얼룩말, 톰슨 영양 등이 더 넓은 초원을 찾아 마사이마라와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수천마일을 이동하는 대이동이 벌어진다. 이에 이들의 천적들 역시 초식동물들의 대이동에 맞춰 그들과 함께 움직이며 생존을 위한 대이동을 벌이는데 이때야 말로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이를 보기 위해 사파리 투어를 몰려드는 시기이도 하다.
자연의 법칙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사파리 지프차에 올라 그들과 함께 이동하며 그들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마사이마라(Maasai Mara)라는 이름은 이 지역의 토착민족인 마사이족의 이름과 검은색 점을 의미하는 마라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이는 드넓은 초원지대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나무들과 덤불이 멀리서 보기에 검은색 점으로 보여 명명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마사이마라의 경우 900스퀘어마일 규모의 초지로 한국의 제주도 크기와 맞먹을 정도이다. 특히 우리가 아는 뙤약볕의 건조한 아프리카를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평균 해발 고도가 약 1500에서 1600미터 사이의 분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온이 연평균 섭씨 12~28도 정도를 유지하고 강수량 역시 연평균 950mm 정도로 전세계 평균(970mm)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명백히 건기와 우기가 구분되고 우기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건기의 시작에 맞춰 동물들이 물을 찾아 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은 케냐가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1940년대 후반에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1964년 독립 이후 사냥이 금지되고 국립보호구역으로 완전 확정되었다고 한다.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보다 몇 곱절 더 큰 덩치에 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지프차량을 천적보다 더 무서워하며, 최고의 포식자인 육식동물들조차 이 지프차량을 향해 공격적인 성향은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마사이마라의 최상위 동물은 커다란 지프차에 올라탄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하면 입국 수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초원의 향기가 느껴진다.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마사이마라의 각종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벽화와 각종 장식들이 공항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케냐의 수도라고는 하지만 나이로비는 아직 정리가 덜 된 시골 길을 군데군데 두고 중심으로 포장된 도로가 쭉 뻗어 있는 모습니다. 하지만 공항을 벗어나 도심 가운데로 이동하며서 보이는 높은 빌딩들과 호텔들 그리고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의 사인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흙빛 모습은 모습을 감추고 만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의 모습을 둘러보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던 아프리카와는 조금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이 보여주는 굶주린 아이들과 먼지가 일상인 도시의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과 택시와 버스 그 사이를 휘젓는 자가용들의 무리를 보자면 최소한 이제껏 생각했던 아프리카의 어려움보다는 개발도상국의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다.
케냐 나이로비는 관광객에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위한 경유지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된다. 보통 마사이마라 사파리 투어가 아침 일찍 출발하므로 전날 도착해 짐을 풀고 여독을 푼 다음 다음날의 투어를 준비하게 된다. 마사이마라 투어는 보통 2박3일간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진행되지만 마사이마라에서 나이로비로 돌아오는 길을 잠시 우회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플라밍고 군락지인 나쿠루 호수를 둘러볼 수 있어 이를 위해 하루를 더한 총 3박 4일간의 코스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사파리 투어의 시작은 인상 좋은 투어가이드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10인승 무개 지프차에 오르면 현지인 가이드가 자기 소개와 함꼐 사파리 투어에 대한 안내를 제공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프차에서 내리는 순간 사자에게 물려갈 수 있으므로 절대 가이드의 지시 없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차에서 내려 움직이지 말 것을 수차례 경고 한 다음 흙먼지를 날리며 지프가 국립공원을 향해 큰 덩치를 밀어낸다. 사파리 투어에 있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빅5를 모두 관찰했느냐와 그렇지 않느냐로 나뉘게 된다. 여기서 빅5란, 아프리카 초원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동물들의 조합으로 사자, 코뿔소, 코끼리, 표범, 버팔로를 뜻한다. 때로는 너무 쉽게 출발 1일차에 빅5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반면 어떨 경우에는
3일차가 되도록 이들을 다 보지 못해 가이드의 속을 태우기도 한다니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기대감으로 아프리카의 바람을 기억하며 차창에 기대었다.
필자가 방문했던 시기는 10월 초로 우기가 끝난 시점이라 동물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했다. 실제로 동물원의 가림막 사이로 바라만 보았던 동물들을 동네 강아지 바라보듯 바라보는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음이다. 멀리서도 확연히 구분되는 기린의 자태와 웅장한 코끼리떼, 그리고 슴슴한 표정 하나로 카리스마를 표출하는 사자의 모습까지 우리의 유일한 안전망인 지프 차량 안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은 자연 그대로인데 이를 관찰하는 사람만이 유일하게 긴장하며 애를 태우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실소가 지어졌다.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 느낌이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동물들을 관찰하고 기다리며 해가 넘어가고 국립공원 안전지대에 마련된 캠핑사이트에서 첫째날 밤을 맞이했다. 멋스럽게 차려진 텐트 속에 간단한 짐을 풀고 일행들과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며 따뜻한 홍차 한잔을 마시던 그 기억은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 아프리카 초원의 밤하늘과 그 공기, 그리고 그 자연의 냄새는 눈으로 본 아프리카와 또 다른 기억으로 몸속에 저장이 되어 있는 듯하다.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이날은 초원을 가로질러 국립공원에 자리잡은 호숫가로 지프차가 이동한다. 보기에는 귀엽지만 아프리카 초원에서는 천적이 없다는 하마들의 모습이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코와 눈만 내어 놓고 물속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는 하마들의 모습을 보자니 이들이 그렇게 난폭한가 싶다가도 사람을 가장 많이 해치는 동물 중 하나라는 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를 경계심이 생긴다. 귀여운 겉모습에 그들에게 숨겨진 야생의 본능을 망각한 채 접근하다 변을 당하는 것이리라. 2일차 사파리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지나간다. 어느덧 저 멀리 있는 동물들의 형체를 구분하는 여유도 생기고 맹수들의 포효를 무서워 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들이댈 용기도 저절로 생기니 말이다.
3일째는 아침 일찍부터 사파리 투어가 부산스럽게 시작된다. 일출에 맞춰 새벽부터 움직이는 동물들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주로 초식동물들은 동이 트기 전 천적들의 눈길을 피해 물을 마시고 이동을 시작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 사파리가 진행되는 것이다.
네 번째 날이자 투어의 마지막 날에는 사파리의 하이라이트 나쿠루 호수를 방문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플라밍고 군락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다. 과연 멀리서부터 불긋불긋한 그들의 모습에 괜시리 카메라 셔터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호수반경 눈에서 보이는 거리까지 펼쳐진 플라밍고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붉은색 부리와 붉은색 다리, 그리고 투명하기까지 한 매혹적인 핑크색 몸통의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자연이 주는 색감의 황홀함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투어가 종료되고 나면 사파리는 다시 방향을 돌려 나이로비로 향하고 시내의 약속된 장소에 일행들을 내려주고 떠난다.
일행들이 조금씩 걷은 정성이 담긴 달러를 건네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주던 가이드의 마지막 한마디는 여행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하나의 좌우명 처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스와힐리어로 분명하게 이렇게 말했다. “미스터 김, 폴레 폴레”. 폴레 폴레라는 두 번 반복되는 그의 말이 인사말인 줄 알았던 필자는 웃으며 똑같이 되풀이 했지만 스와힐리어로 폴레 폴레라는 말은 “천천히”라는 뜻이란다. 성격 급한 필자의 모습이 그에게는 재미있으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졌나 보다. 그때부터인가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더 차분하게 여행하자는 것이 필자의 여행좌우명이 됐다. 인생도 폴레폴레, 여행도 폴레폴레. [여행전문가/엠투어유에스 김용환 대표]
김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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