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9일간의 짧은 기간동안 한꺼번에 웅장하고 광활한 대지, 신비한 풍경을 너무 많이 보니 어디가 더 좋은지 따질 수 없을 정도다.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 설명하기에는 글 솜씨가 안 따른다. 직접 가서 본 사람만이 느끼고 알 수 있다.
여행 기간 중 느낌이라면 들르는 곳마다 무척 깨끗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도 잘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점이다.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휴식하고 취사할 수 있는 길가의 피크닉 장소에도 쓰레기는 커녕 종이 한장 떨어져 있지 않았다.
연재하면서 비용이 얼마나 들었느냐와 준비물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막상 장거리 여행을 떠나려면 이것저것 준비부터 목적지, 경유지 등 걱정되는 것도 있겠지만 일단 떠나서 건강만 잘 유지하고 차량 상태를 미리 점검하면 다 해결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를 소개한다.
▲ 일정짜기와 비용 = 사전에 인터넷이나 책자를 통해 주 목적지는 확실히 정해야 한다. 하루의 운전시간은 5~6시간이 적당하며 무리하게 잡으면 관광은 커녕 몸만 피곤하다.
지도(AAA 기준)에 점점이 표시된 곳은 작은 길이라도 들러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프리웨이 위주로 다니면 재미없다. 운전 시간을 무리하게 잡지 않아야 주변 명소도 둘러 볼 수 있다.
경비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개스비. 예정한 목적지의 마일리지에 평균 개스값을 곱하면 대충 비슷하게 나온다.
숙박비는 캠핑 1박에 평균 15~20달러. 국립공원등 관광지 입장료는 대부분 차 1대당으로 지불한다. 호텔은 2인 기준이고 사람 수대로 추가한다. 외식하지 않으면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식사는 캠핑장이나 도중 피크닉 장소에서 직접 해 먹을 수있다. 모텔에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어 중간 피크닉 장소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룸에서는 금물. 또 길가 레스트 에어리어 화장실에서 전기밥솥을 꼽는 일은 망신 당하는 지름길.
호텔 따라 아침을 주는 곳이 있지만 점심 저녁은 외식해야 한다. 고기 야채 과일 종류는 여행 중 지역 마켓이 더 신선하다. 가격도 도시와 큰 차이 없다.
▲ 캠핑장과 호텔 = AAA지도에는 그 지역의 큰 캠핑장만 표시되어 있다. 국립공원 안에는 시설 좋은 캠핑장이 많은데 예약과 선착순이 골고루 있다. 일단 최대한 일찍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전날 있던 사람들은 보통 11시에 나가는데 이름난 지역은 그 전에 가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늦은 시간에는 자리잡기 힘들다. 자기 전에 음식물은 캠핑장에 있는 철제 캐비넷에 보관해야 한다.
여정을 짤 때 이틀 캠핑 후 하루는 호텔(모텔)로 잡으면 충분한 휴식을 가지며 즐길 수 있다. 호텔은 국립공원 내부나 가까운 곳은 시즌에는 예약 안하면 아무리 시골 동네라도 잡기가 힘들며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KOA캠프 같은 곳은 캐빈이 있어 샤워도 할 수 있다. 호텔을 관광지 동네에서 못 잡으면 더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 장비 = 여름철에는 시중에서 파는 종류 모두 무난하지만 비닐 덮개(플라이)는 꼭 필요하다. 산중의 날씨는 예측 불허.
2장을 준비해서 한장은 바닥에 치고 또 한장은 텐트 위에 치면 습기도 막아 주고 비 올 때도 안전하다. 홈디포에 가면 사이즈 별로 파는데 10달러 미만짜리면 한철 쓰기에 충분하다.
슬리핑 백은 한국 사람들은 이불같이 펴서 깔고 덮기도 하는데 각자 침낭에 들어가서 자크를 채워야 보온이 더 잘된다. 모자를 준비하면 내복 입은 것보다 훨씬 따뜻하다.
셀폰은 필수품. 카메라도 대부분 디지털이라 필름 걱정은 없지만 배터리 충전이 문제. 충전기를 꼭 가지고 가야한다. 도중 호텔 등지에서 틈만 나면 충전 시켜야 한다.
지도뿐 아니라 GPS도 함께 가져가면 길을 잘못 들었을 때나 예상 도착시간 목적지의 호텔 상황 파악등 여러모로 편하다.
지도는 GPS가 알려 주지 못하는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GPS가 편리하긴 하지만 지도만 가져가도 큰 문제는 없다.
▲ 주유소 = 대충 50~70마일 정도면 주유소가 있다. 아주 외진 지역을 다니려면 개스 눈금이 반 이하일 때는 눈에 띄는 데서 무조건 채우는게 안전하다.
가끔 엔진오일을 체크해 보고 모자라면 주유소에서 한통 구입해서 보충하면서 운전하면 좋다. 중간 용변도 볼 겸 음료나 아이스 같은 것은 주유소에서 사는게 더 좋다.
▲ 기타 = 가족이 함께 차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면 노래 테잎(CD)은 반드시 필수. 운전자 맘대로 골라 가면 도중 지루해져 가족간에 싸움 나기 십상. 아이들도 각자 좋아하는 노래 테잎을 준비시켜 교대로 틀어 줘야 한다. 비상약은 꼭 챙기고 망원경도 있으면 좋다.
슬리퍼를 준비하면 차안에서나 캠핑장 잠깐 차에서 내릴 때 등산화나 운동화 보다 편하다. 플래시는 반드시 두 세개는 가져 가도록.
손전등보다 헤드 랜턴이 더 편하다. 긴팔 두꺼운 옷과 일회용 라이터나 성냥은 필수 캠핑장의 밤은 아주 춥다. 버너의 개스나 기타 소모성 장비는 지나는 도시에서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하다.
# 케빈 나군의 우리가족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