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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자] 시민권자, 영주권자만 투표하라고?

San Francisco

2008.10.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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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한인회장 선거권 제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제26대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선거에서 유학생과 취업비자(HI-B) 소지자 등의 투표권을 제한하겠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이 재고되길 바란다. 명확한 선거관리법도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선관위가 난데없이 이번에 투표권 제한 규정을 들고 나온 것은 한인사회 화합보다는 분열조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이의 철회를 주문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정부가 재외 동포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자며 시행규칙을 마련중인 마당에 SF에서는 유독 똑같은 한인을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에서 제외시키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으니 어불성설이란 생각마저 든다. 지난 몇일 동안 선관위의 원상회복을 기대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선관위원장과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그와의 연결 또한 여의치 않았다. 전직회장단 모임인 한우회 조차도 이번 조치에 납득이 안 간다며 별도의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선거권 제한은 한인회칙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본다.

이번 제한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로 전락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만큼, 이의 재고를 기대해 본다.

우선 한인회를 역사적으로 귀추해보자. 1910년 대한인 국민회의 태동이 한인회의 효시다.
국민회는 명실공히 한인 대표기관으로 당시 미주 한인들의 보호막 구실을 톡톡히 했다.
당시 상항한인감리교회 이대위 목사가 국민회 총회장이었다. 지금의 한인회장이다.
그는 미 국무장관에게 국민회의 존재를 알리는 서한을 보냈으며 이를 계기로 국민회가 미국에서 한인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샌프란시스코를 통해 입국하는 한인 유학생이나 정치 망명자들은 이대위 회장이 신분을 보증하고 생활비를 제공해 주어 입국이 가능했다. 한인교회는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교회와 국민회의가 가정부(假政府)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해방되면서 대한인 국민회는 존립 목적이 희석되기 시작해 주요도시마다 한인회 전신인 교민회로 새로이 출범했다. 샌프란시스코 교민회(초대회장 김동우)도 당시 세워졌으며 교민회는 당시 시민권은 고사하고 영주권도 없는 한인들이 주도했다.

미국내 소수민족들은 1952년에야 토지 소유가 가능했다. 그 해 월터 맥카렌 이민법안의 통과를 기화로 외국인들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마팅 루터 킹 목사를 주축으로 한 일종의 양심세력들의 노력이 일구어 낸 쾌거였다. 다른 민족들도 단합해 일을 추진하는 마당에 한인회 스스로가 분열을 자초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인회의 회원이라면 오히려 거주 조건이 열악한 비시민권자, 비영주권자에게 더욱 필요한 단체이지 않나 싶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를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만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단체로 제한시킬 요량이라면 명칭부터 바꿀 것을 제안한다. 한인회라 하지말고 ‘영주-시민권자협회’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총영사관이나 지상사 등과의 연결고리도 자를 것을 주문한다. 이들도 시민권이나 영주권과는 무관한 단체들이어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투표율의 저조다. 지금까지는 다른 도시에서 온 한인들의 철새 투표나 선원 등 일시 거주자들의 영향력 행사를 방지하지 위해 거주를 증명하는 운전 면허증, 메디케어 증명서, 전화고지서 등의 고지서를 제시하고 투표토록 했다. 앞으로는 독수리(미국) 여권 또는 영주권을 소지하거나 이의 사본을 지참해야 투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따를 한인이 관연 얼마나 될까? 미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도 시민권자 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들고 가지 않는다. 우편으로 행하는 부재자투표 편의까지 제공해도 기권하는 한인들이 장롱 속의 여권, 영주권 챙겨서 한인회장 투표에 과연 나설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를 기화로 한인사회가 다시 분열되지 않을까도 심히 염려스럽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더 나아가 선거후 ‘선거 무효 소송’ 등등 법적 분쟁까지도 야기될 공산이 커서다.

선관위가 내세우고 있는 투표권 제한의 주된 이유는 타락 선거방지다. 이는 불법 선거 규제 조항 신설로 해결하자. 특정 후보로부터 밥 얻어먹고 투표하는 사람들이 유학생 등 비영주권자라고 규정한 것도 웃기는 대목이다. 이들에 대한 인격 모독이기도 하다.

일단 잔치에는 손님이 많이 와야 한다. 미국식으로 참석여부회신(RSVP)를 요구하는 행사에는 한인들은 많이 안 간다. 우리네 국민성이 그러하다. 여기다가 선거권을 제한해 투표하라고 하면 정말 초라한 선거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원점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다.

한인회장 선거를 화합과 단합의 새로운 장으로 만들자.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면 곧바로 풀고 새로 채우자. 투표권 제한 규정 원복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재상(논설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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