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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춘 기자 동행기, 와이오밍 사슴사냥···탕·탕·탕! 심장이 뛴다

Los Angeles

2008.10.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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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불 뚫고 설원 달리며 짜릿한 추격전…결국 사냥꾼들 앞엔 전리품 1마리씩
그러나, 사냥하면 낮고 느리게 혹은 애잔하게 연주되는 주제곡 카바티나로 기억되는 ‘디어 헌터’, 다시 말해 사슴사냥이 제일이다.

10월 1일부터 그 시즌이 시작됐다. 모든 자연환경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이곳 캘리포니아도 사냥에서는 한 수 아래다.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그래서 사냥의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와이오밍주의 버팔로로 LA의 내로라하는 사냥꾼 둘이 의기투합해 먼 길을 떠났다.

가고 오는 데 나흘, 사냥 이틀. 픽업 트럭으로 내달았던 그 길에 기자가 동행했다. 이미 몇년 전 중가주의 곰사냥을 경험했던 터라 사슴과 버팔로 사냥은 또 다른 흥분으로 다가왔다.

낮게 그르렁 거리던 엔진소리가 야트막한 언덕위에 멈추자, 운전대를 잡았던 가이드 ‘닉’이 쌍안경을 들고 멀리 숲속을 훑는다. 육안으로는 도무지 뭐가 뭔지 볼 수는 없지만 사냥꾼들도 바짝 긴장을 한 채 덩달아 멀리 숲속을 응시한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겨울 폭풍우로 세상천지가 하얀 솜이불을 뒤 덮어 쓴 듯해서 회색으로 잔뜩 찌푸린 하늘과 맞닿아 그야 말로 천지 분간이 안된다. 가끔씩 창으로 들이치는 바람에도 몸이 움츠러 든다.

겨울 해가 중천으로 떠 올랐는데도 기온은 화씨 32도. 얕게 흐르던 실개천은 지난 밤을 견디지 못하고 이미 얼어 붙었다.

어느 순간 닉이 시선을 고정한 채 손짓을 한다. 실눈을 하고 손짓한 곳을 노려 보니, 400야드 쯤 될 까, 아직 노란 단풍을 달고 선 버드나무아래 회색빛 세이지 브러시 사이로 귀가 몇 개 쫑긋 솟아 있다. 사슴이다.

닉의 손짓으로 일행은 라이플을 움켜쥐고 살그머니 창밖으로 나선다. 프레드 김(51·노스 헐리웃)이 그의 장총 웨더비(Weatherby)에 달린 받침대를 펴고 바닥에 엎드린다. 유효 사거리 1000야드. 거리는 충분하다. 쌍안경너머로 시선을 고정한 채 닉이 지시를 한다.

“오른 쪽에서 두번 째”.

곧이어 들려 올 ‘천둥’소리와 바닥에 나 뒹굴 사슴을 생각하니, 치달아 오르는 심장 박동소리가 귀에 까지 들리는 듯 하다. 다시금 숨을 고르고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 보는 찰나, 어이없게도 사슴들이 엉덩이를 보이며 훌쩍 덤불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이 곳은 LA에서 북동쪽으로 1400마일이나 멀리 떨어진 와이오밍주의 버팔로. 그 읍내에서 남쪽으로 20마일 떨어진 개인 목장이다. 1만 에이커에 달하는 거대한 목장으로 가이드 닉이 주인이다.

사료용 목초 알팔파와 소를 키우는 곳이지만, 매년 겨울 사냥철이면 이 목장을 들고나는 사슴들과 야생 칠면조, 꿩, 너구리, 코요테 등을 사냥하러 미 전국에서 몰려 드는 사냥꾼들에게 목장을 개방해 가이드를 하니, 겨울 농한기 부업치고는 짭짤하다.

매년 사슴사냥철이면 이곳 읍내는 전국에서 몰려든 얼룩무늬 사냥꾼들로 들어찬다. 픽업 짐칸이나, 트레일러에는 어김없이 4륜 구동 산악용 차(ATV)들이 올라 앉아 있고, 식당이나 주유소에는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얼룩무늬 일색이다.

주 전체 41만 에이커의 생태보존지역과 공유지에 600여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니,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 하다. 이중 100여종의 동물이 사냥 대상이다.


낌새를 챈 사슴무리가 설원을 달리고, 사냥꾼들의 가슴도 덩달아 뛴다. 목장이래야 들판에 얕은 철조망 하나로 경계가 이뤄지니, 어디나 야생천지다. 몇 년전 사다 풀어 놓은 버팔로 송아지가 1만 에이커의 목장을 야생상태로 살아가는데, 큰 놈은 무게가 1톤에 달한다.

후다닥 사슴 튀는 순간 총성 이어지고…

1890년에 미국의 44번째 주로 입성하기 전부터 야생동물의 보호와 관리에 힘을 써 그 규정과 관련된 법률과 시행세칙들은 아직도 여타 주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76년 한해 동안 미주리주로 팔려간 야생 버팔로 가죽만 무려 8만여장에 이르렀고 1889년에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마지막 버팔로가 사냥되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후 강력한 법 시행으로 1923년 24마리이던 야생 버팔로가 지난 2000년에는 4000마리로 늘었다. 검은 꼬리 사슴(Mule Deer)과 앤틸로프 사슴(Pronghorn Antelope)은 2005년에 각각 5십만 마리 흰꼬리 사슴(White-tailed Deer)은 5만 6천마리에 이르러 사슴사냥 천국의 자리에 등극했다.

다시금 언덕을 내려온 트럭이 자연수로를 따라 나아가는데 갑자기 오른쪽 덤불 속에서 검은 꼬리 사슴 대여섯마리가 튀어 나와 트럭 앞을 가로 질러 언덕 위로 달려 간다.

재빨리 차에서 내린 프레드와 윌리엄 리(50.노스리지)가 트럭 후드위에 라이플을 올려 스코프로 눈을 가져간다.

아니나 다를까 잠깐 내달리던 사슴들이 어느새 멈춰서서 물끄러미 이곳을 돌아 본다. 20여년의 사냥경력을 가진 이들이 이순간을 놓칠 리 없다.

윌리엄이 겨냥함과 동시에 겨울 들판에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모든 사슴이 사라진 언덕 위에 암사슴 한마리가 쓰러진다.

"굿 샷!". 가이드 닉이 외치고 일행은 발목까지 빠지는 언덕을 서둘러 달려 올라간다.

몇 컷 기념사진을 찍고 나자 닉이 익숙한 솜씨로 '작업'에 들어간다.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 낸다. 이렇게 버려진 내장은 코요테나 여우 늑대 까마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야말로 고스란히 자연으로 되돌려지는 것이다.

사냥경력이 20년이 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사슴이 상대적으로 귀해서 이런 행운이 흔치 않았던 지라 사냥꾼들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다.

1만 에이커나 되다 보니 야산과 호수에 계곡을 돌아가는 조그만 강도 있어 군데군데 야생동물이 서식하기에 여간 좋은 여건이 아니다.

18년이나 됐다는 고물 픽업은 키 높이에 이르는 덤불을 곧잘 타고 넘는다. 모퉁이를 돌아 가니 멀리 야생 칠면조들이 한가로이 먹이를 쪼고 호숫가에는 캐나다 기러기들이 모여 있다.

천천히 숲을 헤치는 트럭앞으로는 갑자기 꿩이 후드득 날아 오르고 쌍안경으로는 점점이 버팔로들이 잡힌다. 강 위로 놓여진 철교를 건너 다시 언덕위로 올라 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언덕 아래로 휘어져 흐르는 강을 끼고 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멍하니 바라보는데 프레드와 닉이 바짝 긴장을 한다.

아래 세이지 브러시 사이로 언뜻 사슴이 보이는 듯하자 후다닥 여기저기 사슴들이 튀어 달아난다.

이어서 몇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지만 실패.

발은 시려오고 손가락은 감각이 무뎌오지만 이틀에 걸친 사냥 태그는 아직 많이 남았다.

멀리 버드나무를 목표로 다가가니 아니나 다를까 나무 아래 앤틸로프 사슴이 떼로 몰려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멀리 달아 난다. 개울을 건너 들판으로 달아나는데 이쯤되면 승산이 있다.

프레드와 윌리엄이 30구경 윈체스터 매그넘을 장전한 라이플을 겨눈채 스코프로 그들을 쫓는다. 채 30초도 달리지 않고 멈춰선 사슴들이 금새 평온을 되찾고 무심히 주위를 둘러 보는데 연달아 총성이 울린다.

두 사냥꾼이 각각 1마리씩 잡는 데 성공한다.

점심을 먹은 일행은 버팔로 사냥에 나섰다. 와이오밍 주에만 4000여마리가 야생상태로 살고 있지만 매년 낚시 수렵국에서 개체수 확인을 거쳐 아주 제한적인 숫자만 추첨을 통해서 사냥을 허용을 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야생 버팔로 사냥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그래서 개인 농장에서 방목해 키우는 버팔로를 사냥하게 된다.

이는 주로 박제를 위한 것으로 사냥의 재미는 떨어지는 편. 800파운드에 달하는 중간크기의 버팔로를 포함 이 날 오후까지 이들이 거둔 사슴은 앤틸로프 3마리 검은 꼬리 2마리 흰 꼬리 1마리.

캘리포니아에서는 그렇게 귀한 사슴이 이곳에는 널렸다.

저녁이 되면 타운 골목 등지에 삼삼오오 떼를 지어 나타나기도 하고 프리웨이를 달리다 보면 한번에 수십마리씩 떼를 지어 이동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실제로 와이오밍은 미국내에서 프리웨이를 달리면서 볼 수 있는 동물이 제일 많은 곳이라고 자랑을 하기도 한다.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눈보라속을 헤치며 5박 6일간 기자와 사냥꾼 둘이 번갈아 가며 달린 거리가 2900마일에 가는 데만 22시간 오는 데 19시간. 돌아오는 그 피곤한 장도에도 꾼들은 다음 사냥얘기로 입에 침이 마른다.

플로리다 악어 캐나다의 무스 아프리카 케냐의 사자 .......

◇사냥문의:세코이아 헌팅클럽 이선 회장 (213)369-0467

■나도 사냥에 도전할까? 절차와 비용
와이오밍 수컷 사슴, 1마리에 283불 들어


사냥허가의 기본 목적은 생태계의 유지를 위한 개체수 조절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 사냥허가가 주어진다.

물론, 주민의 건전한 레저활동을 권장하는데도 그 목적이 있기도 하다. 물론, 라이센스 판매수익과 사냥꾼들이 쓰는 비용은 주 경제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2004년 와이오밍주에는 8300만 달러의 사냥관련 수익이 돌아갔다.

사냥은 낚시와 달리 총기를 다루는 레저여서 그 시행 규칙이 엄격하고 또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대개 주위의 경험있는 사냥꾼을 따라 나서면서 사냥에 입문하는 것이 순서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총기 소유는 라이플(장총)과 샷건(산탄총)은 영주권자 이상의 신분으로 18세 이상, 권총은 21세 이상이면 누구나 총을 소유할 수 있다. 물론, 법무부에 등록을 해야 하고 다시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1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사냥 면허를 얻어야 된다.

그리고 사냥이 가능한 지역과 사냥대상의 시즌, 암·수별로 정해진 마릿수 등이 주별로 다르니, 반드시 각 주의 낚시수렵국(Department of Fishing and Game) 웹사이트에서 확인을 한다. 사냥 태그는 Big 5 등 총기를 취급하는 레저용품 등에서 구입하는데, 대상과 암·수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참고로, 와이오밍주는 앤틸로프 수컷은 시즌에 1마리가 배당되는데 타주 거주자인 경우 태그 272달러에 환경보호기금 12달러 50센트가 추가되고, 암컷은 시즌당 4마리에 34달러와 환경보호기금이 따른다.

국립공원을 제외한 국유림과 공유지, 개인 목장 등지에서 사냥이 가능한데, 시즌 오픈은 활 사냥이 먼저 시작해서 끝나면 이어서 석궁과 총사냥이 개방된다.

당연히 민가나 도로에서 일정 거리내에서는 사냥이 금지되고, 차량내부에서도 금지된다.

주에 따라서 정해지는 사냥 금지 거리도 달라진다. 사냥으로 얻어진 가죽이나 고기 등은 모두 사냥꾼의 차지가 되지만 판매는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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