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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 미국 노동조합의 역사

Atlanta

2019.06.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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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간혹 눈에 띄지만, 일하기를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로 드물다. 특히 노동, 그중에도 육체적 노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먹고 살아가려면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을 위한 노동, 즉 자영업으로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노동을 한다는 말은 ‘고용주를 위해 일하고 보수를 받는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노동의 역사는 남북전쟁이 커다란 분기점이 된다. 남북전쟁을 통해 노예가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북전쟁 이전에는 미국 사회에서 노동의 수요를 노예제도가 충당해 주었지만, 남북전쟁 이후에는 노동력이 필요하면 돈을 주어야 했다. 게다가 이때를 기점으로 산업혁명이 꽃을 피우게 되어 각종 산업계에서 대량의 노동력이 필요했기에 노동이라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예전보다 더욱더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므로 ‘노동’이란 단어가 사회적인 쟁점이 되게 된 시기는 남북전쟁 이후 미국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함께 궤도를 같이한다고 하겠다.

노동자의 수가 늘어나자 노동자의 집단적 행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을 노동자 운동이라 하는데, 노동자 운동은 대체로 노동조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갑’의 위치에 있는 고용주나 회사에 대하여 ‘을’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가 뭔가를 요구하려면 개별적으로는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고, 집단으로 행동해야 그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그렇다.

남북전쟁 이전에도 산발적인 노동조합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기업과 정부에 의해 무시되어 특별한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미국에서 본격적이고 공식적인 노동조합은 1866년에 전미노동조합(National Labor Union)이 생기면서부터이다. 이 단체는 연방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연방 의회에 요구하는데까지는 성공하였으나 사기업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것에 관해서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미국의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유럽에서 대량의 이민자가 미국으로 몰렸으며, 이 때문에 값싼 노동력이 늘어나면서 노동의 조건을 더욱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노동 조건의 개선을 위해 새로운 노동조합이 생겼는데, 1881년에 ‘Federation of Organized Trade and Labor Unions’이 그것이다. 다시 1886년에는 American Federation of Labor(약자 AFL·전미노동총연맹)가 생겼다. 이렇게 노동조합의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노동의 조건도 크게 개선되고, 더구나 정부가 노동자의 근무조건에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1913년에는 연방정부에 노동부를 신설하여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산업이 활성화 되어 노동 운동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제가 좋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이 터지자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어 노동조건이 다시 악화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이 다시 활성화되었다. 이때 다른 노동조합이 생겼는데, 1935년에 생긴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약자 CIO·산업별 노동조합회의)이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되자 노동조합의 활동은 다시 의미가 퇴색하게 되었다. 더구나 전쟁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어서 노동자의 지나친(?) 요구는 반 애국적 행위로 손가락질받을 소지가 있기에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전쟁이 끝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노동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면서 노동조합의 활동은 다시 활기를 띠었다. 1955년 American Federation of Labor(약자 AFL)와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약자 CIO)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합병해서 AFL-CIO(전미노동총연맹산별회의)로 거듭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세력으로 거듭난 노동조합은 조합 내부의 부패로 이미지를 망가뜨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바마 대통령 시절 노동조합의 활동이 활성화되기도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회원의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의 활동은 경제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서 활성화되기도 하고 활동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노동조합의 활동은 미국의 경제가 어떻게 전재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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