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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품은 세계 경제의 중심…9·11의 아픔

New York

2019.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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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뉴욕·뉴저지 타운 속으로…맨해튼 파이낸셜디스트릭트

원주민 막는 목조 장벽이 있었던 곳
월가 상징 증권거래소·연준 지부 등
없어진 쌍둥이 빌딩 자리 추모 공원

뉴요커 사이에서는 ‘파이다이(FiDi)’라고도 불리는 맨해튼 파이낸셜디스트릭트는 맨해튼 섬 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연방준비은행 등 정부기관과 투자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모여있는 월스트리트를 품은 이곳은 오늘날 세계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620년대에 네덜란드의 서인도회사가 처음 이곳에 도착해 배터리파크 인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건설한 뉴암스테르담 식민지를 건설한 것이 뉴욕의 시초다. 뉴욕의 초창기에 건설된 곳이기에 이 지역에는 뉴욕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인 트리니티처치와 오랜 역사의 미국 회사들의 건물이 위치해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월스트리는 당시 미국 원주민의 출입을 막기 위해 건설한 목조 장벽(wall)이 위치해 있던 곳이다.

2001년에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던 9·11 테러는 파이낸셜디스트릭트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을 겨냥했다. 테러의 공포와 슬픔이 서린 이 자리에는 이제 추모공원과 1776피트에 달하는 원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자리해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 뉴욕 시민들을 응원한다.

9·11 테러가 일어난 후에는 파이낸셜디스트릭트에 오랜 기간 자리했던 회사들이 테러재발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복지를 우려해 미드타운 쪽으로 사무실을 옮기거나 아예 뉴욕을 떠나기도 해 한동안 특유의 활기를 잃는 모습도 보였다. 상업용 건물의 공실 비율이 높아지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자 로어맨해튼 일대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가 몰려들었다. 2016년에는 대형 쇼핑몰체인인 웨스트필드가 개장했으며 비어있던 상업용 건물 중 다수가 럭셔리 아파트 건물로 개·보수되면서 지역 주민이 늘어나고 지역 상권이 살아났다.

◆연방준비은행=미국 전역에 12개 지점이 있는 연방준비은행 뉴욕 지점(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33 Liberty St.)은 1914년 처음 문을 열었다. 한 블럭을 다 차지하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의 외관에는 특유의 주철 장식이 창문을 모두 막고 있다. 이곳에서 달러 지폐를 발행하기도 하고 건물 지하 5층에는 90톤짜리 문 뒤에 전세계의 국가들이 보유한 금괴가 보관돼있기에 보안에 철저한 건물이다.

◆뉴욕증권거래소=월가의 상징 뉴욕증권거래소(NYSE·11 Wall St.)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역사적 유적이다. 1790년대 초만 해도 뉴욕에서의 증권 거래는 월스트리트 선상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졌다. 하지만 1792년 뉴욕 증권거래인 24명이 외부 경매자는 배제하고 서로와의 거래만 존중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버튼우드합의(Buttonwood Agreement)에 이르면서 뉴욕증권거래소의 시초가 됐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817년 설립됐으며 거래소는 2006년 정부산하 비영리 기업이 됐다. 거래소 건너편에는 리더십를 발휘하는 여성들을 기리는 ‘용감한 소녀상(Fearless Girl)’이 자리 잡고 있다. 원래 보울링그린의 돌진하는 황소상 앞에 있던 이 조각상은 투어리스트들이 몰려 사진을 찍으면서 교통·안전 문제가 불거져 지난해 12월 자리를 옮겼다.

◆돌진하는 황소상=월스트리트 인근을 둘러보는 방문객들이 꼭 찾아 보는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은 브로드웨이와 모리스스트리트 교차로에 자리하고 있다. 황소상을 만든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는 1987년 미 증시 폭락 후 ‘미국인의 능력과 미래를 위한 희망’을 표현하기 위해 7000파운드에 달하는 이 조각상을 만든 후 1989년 12월 15일 새벽 1시에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설치하고 도망갔다. 경찰의 눈을 피해 8분 안에 조각상을 설치해야 했기에 디 모디카는 친구 30명을 동원해 5분만에 조각상을 설치했다. 조각상을 발견한 시정부는 허가 없이 설치된 조각상이 교통 흐름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를 철거했지만 황소상을 되돌려달라는 주민들의 반발에 ‘한시적’으로 브로드웨이에 조각상 설치를 승인했고 오늘날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아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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