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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부따] 머피의 법칙·샐리의 법칙

Los Angeles

2008.11.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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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성/상무 이사
웅덩이에 빠진 줄 알았는데 끝이 안보이는 수렁이다. 만사가 되는 일도 없고 얽히고 설킨 채 묘하게 꼬이고만 있다.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경기도 죽 쑤는데 산불까지 덮쳤다. 요즘 돌아가는 게 모두 이 모양이다.

아끼고 아껴 모은 돈으로 집을 장만했는데 집값이 동강났고 퇴직 후를 생각해 십몇년을 꼬박 부은 401K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앞으로는 취업문도 더 좁아질 것이라는데 내년에 대학을 졸업 할 자식 걱정이 앞선다.

개스값이 내리면 경기가 금방 회복될 줄 알았는데 아직은 기미조차 없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세계가 다 함께 겪는 몸살이라고 위안하지만 찜찜하다. 왜 이리 꼬이기만 하고 풀리는 게 없을까.

머피의 법칙이 들어 맞는 기분이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어김없이 잘못되어 간다'는 의미다. 집에 가는 길에 먹으려고 생각한 초컬릿은 샤핑백의 맨 밑바닥에 있다든가 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다 둘 다 있으면 적을 메시지가 없다.

또 찾지 못한 도구는 새 것을 사자마자 눈에 보인다. 지난 이사 때 없어진 것은 새로 이사할 때 나타난다. 설마하고 우산을 안가지고 나갔는데 비가 온다는 등의 억세게 재수없는 법칙이다.

인생살이에 있어서 나쁜 일은 겹쳐서 일어난다는 설상가상의 법칙이 요즘 상황과 들어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긍정적인 것을 누르고 있다. 모두들 나쁜 소식엔 솔깃해도 좋은 소식은 설마하고 넘긴다. 환경을 탓하고 세계경제가 돌아 가는 대로 맡긴 채 이대로 체념해야 할까.

샐리의 법칙도 있다. 샐리의 법칙(Shally's Law)은 재수없는 일들의 연속인 '머피의 법칙'과 정반대 개념이다.

'잘 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항상 잘 된다'는 의미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맥 라이언이 맡은 역으로 엎어지고 넘어져도 결국은 해피엔딩을 이끌어 내는 샐리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공부하다 졸리운 참에 갑자기 정전된다던가 내가 10분 늦은 약속에 상대방은 15분 늦게 도착한다. 고스톱 판에서 피박에 쓰리고를 맞았는데 막판에 화투 한 장이 모자라 파토가 나는 행운이다.

우산을 안가지고 나갔더니 평소 점찍어 둔 그녀가 우산을 씌워 준다. 마음에 안드는 스카프가 처치 곤란해 친구에게 준 날 그날이 바로 친구의 생일이었다. 모든 게 생각지 않게 순조롭게 잘 풀리는 경우다.

하지만 두 법칙 모두 우연을 앞세운 자기 합리화를 위한 이야기일 뿐이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는 게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뉴욕 월가에서 일어난 화재가 전세계를 태우고 있다. 급격한 세계화 바람을 타고 계속 번지고 있다.

그 불이 어디까지 태울지 언제 꺼질지 알지도 못한다. 단지 불이 꺼진 뒤엔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부르는 경우보다 더 큰 변화가 기다린다는 것만 느낄 뿐이다. 앞으로 올 변화가 태양일지 태풍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긴 채 가만히 결과만 기다리고 있기엔 자존심 상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R 롤랑은 '언제까지나 이어지는 불행은 없다. 지그시 참느냐 용기를 내서 쫓아 버리느냐의 어느 한가지'라고 말한다. 안될거라고 비관하면 계속 안되는 일만 벌어진다.

힘들더라도 잘될 거라고 생각하면 우선 마음만이라도 편하다.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 그 쪽으로 행동하게 되고 결국은 원하는 대로 이뤄진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샐리의 법칙이 머피의 법칙보다는 즐거운 법칙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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