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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

Seattle

2008.11.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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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산 속의 좁은 계곡 물살은 거세고 빠르게 밑으로 흘렀다. 그 세찬 물살을 거슬러 연어들이 상류로 올라가고 있는데 어떤 연어는 힘이 지쳤는지 올라왔다가 물살에 밑으로 도로 떠내려갔다. 또 다른 연어들은 알을 낳으려는지 몸통이 드러날 정도로 낮은 물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상처를 입었는지 몸에 흠집이 있는 연어, 싱싱한 색깔대신 붉게 퇴색한 연어들도 보였다.

지난 주 집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공원에 갔다. 단풍들이 떨어져 쌓인 아름다운 풍경 보다는 지금쯤 돌아오고 있을 연어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인가 이 공원에 추수 감사절 휴일에 갔다가 수많은 연어들이 공원 산 개울물 상류까지 올라와 알을 낳고 죽은 장면을 처음 보았는데 그때의 감동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시기가 좀 일렀는지 많지는 않았지만 연어들은 이 공원 인근 넓은 강을 벗어나 좁은 물줄기를 거슬러 상류로 오르고 있었는데 모두가 힘들어 보여 안타까웠다. 특히 상류로 더 올라가려면 드럼 통 같은 배수구 안으로 뛰어 올라가야 하는 장벽이 있는데 큰 연어들은 뛰어 올라가지 못하고 조그만 고기들만 뛰어 올라 마음 아팠다. 이 배수구만 통과하면 최종 목적지인 계곡의 물로 들어갈 수 있을 텐데…

거센 물살을 힘들게 헤쳐야 하는 연어, 배수구 통을 넘지 못하고 있는 연어들을 보면서 현재 불경기로 인해 파업, 감원 등의 거센 물살을 헤쳐 나가야 하고 어려운 장벽들이 앞에 놓여 있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침통하기까지 했다.

평소에는 잡기도 어렵고 보기도 힘든 연어들을 지금 시애틀 지역 여러 물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연어들에게는 귀소본능이 있고 특히 태어난 고향의 물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예민한 후각 신경이 있어 고향 개울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지금 내륙으로 돌아온 연어들은 산속 민물에 암놈은 알을 낳고 수놈은 그 위에 수정을 한 후 죽는다. 그러면 이 알에서 새끼 연어가 부화되고 4-6인치 정도까지 자라다가 봄철 밤에 수천마리가 바다로 이동한다. 이들은 태평양에서 1-4년 동안 살다가 다시 태어난 고향의 민물로 돌아가 단 한번 2000-1만개의 알을 낳거나 수정 시킨 후 죽는다.

땅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얕아 움직이기 도 힘든 좁은 개울에서 알을 낳기 위해 몸부림 치고 죽어가는 연어들을 보면서 참으로 불쌍한 생각이 들었지만 반대로 이들 연어들은 오히려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감사했다. 고향 물이 흐르는 이곳으로 돌아온 연어들은 정말 행운이다. 태어난 개천에서 태평양으로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최고 2000마일의 길은 수개월이 걸리는데 도중에서 어부, 낚시꾼, 곰, 새들이 잡고 인간들이 만든 자연 파괴와 공해와 장애물들로 인해 많은 희생을 당하고 있는데 이 같은 위험한 길들을 통과하고 고향에 까지 돌아왔으니 정말 행운의 연어들이다.

번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역류와 급류 또는 폭포를 3미터나 뛰어 오르는 불굴의 연어들을 볼 때 어려운 이민생활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큰 감동과 용기를 준다. 특히 지치고 힘들고 상처 입은 늙은 연어들이 거센 계곡 물을 거꾸로 줄기차게 오르는 모습에서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다.

오는 27일은 추수 감사절이다. 1621년 12월 1백2명의 청교도들이 이 미국 땅에 첫발을 들여 놓은 후 혹독한 겨울 속에서 이민자 반이 사망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었으나 다음해 가을 거둔 수확에 하나님께 먼저 감사한 추수감사절을 생각하면서 비록 이민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거센 물줄기를 역류해 오르고 있는 연어와 같이 힘든 것이지만 태평양 바다부터 이곳까지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무사히 온 것처럼 우리도 삶속에서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지금 숨 쉬고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경제 위기 속에 움츠려 있던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 젖히고 이번 추수 감사절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금 거센 물줄기를 오르는 연어들을 찾아 공원에 한번 가보길 바란다.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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