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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 어른아이 김용택] 섬진강 시인 김용택 향한 특별한 문집

"내가 아는 용택이 형에게는 네 얼굴이 있다. 일단 용택이 형의 그 얼굴이 있고 시인 김용택의 얼굴이 있으며 또 하나는 선생님의 얼굴 마지막이 소년의 얼굴이다"(성석제 '네 얼굴의 사나이')

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등 6인 엮음, 문학동네


지난 8월 38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퇴임한 섬진강 시인 김용택(60) 씨를 향한 특별한 문집이 출간됐다. '어른아이 김용택'은 그의 퇴임과 환갑을 기념해 그를 아끼는 49명의 각계각층 벗들이 들려주는 김용택 이야기다.

소설가 김훈 이병천 시인 도종환 안도현 이해인 환경재단 최열 대표가 간행위원을 맡은 이 책에는 공선옥 문정희 박범신 성석제 임철우 정호승 등 문인들을 비롯해 화가 김병종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 판화가 이철수 소리꾼 장사익 한승헌 전 감사원장 등의 글이 실렸다.

이들은 마냥 천진한 '어른아이'이면서 누구보다 자연과 가까운 '촌놈'이고 천생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인 시인의 모습을 유쾌하고 때로는 가슴 찡하게 들려준다.

"제 아무리 거창한 이름으로 그를 꾸미려 한다 해도 '아이들과 한세상 잘 논 섬진강변의 어른아이 같은 시인' 그 이상의 찬사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곽병창 '꽃그늘 야구심판')

안도현 시인은 흉 보는 척 은근하게 '용택이 형'의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강조한다.

"사실 용택이 형은 흉볼 게 많아서 그걸 다 쓰면 장편소설 한 권 분량쯤은 될 것이다. 말이 많고 웃음이 헤프고 잘 삐치고 자주 화내고 입이 가볍고 키는 작고 배는 나왔고 이마는 벗어졌고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밥은 많이 먹고 술은 잘 못하고…."

소설가 이병천 씨는 뭉클했던 시인의 '마지막 수업' 풍경을 들려준다.

"내가 오늘 진짜로 당부허고 싶은 건 언지든지 너그들이 사람을 사랑허고 자연을 애끼라는 거셔. 사람들을 욕허고 비난허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에 하나다. 옆집 개똥이가 머 뒤아지같이 밥을 많이 먹는다고 쑤군거리고 손꾸락질을 허는 건 절대로 사람을 사랑허지 않는 짓이지. 앙 그려…?"

"언젠가 석양 무렵 강변을 함께 거닐 때 시인은 말했다. 그동안 섬진강을 너무 많이 팔아묵어버렸어. 강한테 미안해.

부쩍 줄어든 수량으로 사행천이 되어버리다시피 한 석양의 강을 바라보며 시인은 넋두리처럼 말했다. 마른 등걸처럼 되어버린 노모의 손을 쓰다듬듯이 눈으로 강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안쓰러워했다"(김병종 '영원한 섬진강의 아이여')

소설가 공선옥은 신인 작가 시절 그저 김용택을 한번 보고 싶어 줄레줄레 따라간 자리에서 수줍게 얼어 있던 후배 문인을 대번에 녹여버렸던 일화를 소개한다. "김용택은 처음 나를 보자마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선옥아 밥 묵자 하는 것이었다. 우리 집 가자 밥 묵자 짐치에다가."

이제 전업시인의 길에 들어선 시인은 38년간 사랑해온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가제)와 교육자로서 시인으로서 지나온 인생을 담아낸 '마침내 그렇게 나의 인생'(가제)을 내달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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