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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인근의 와이너리…지금 LA에는 '진한 와인향'

Los Angeles

2008.11.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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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안토니오…와인 레스토랑까지 인기명소
아구아 둘스…제조 과정 한눈에 볼 수 있어
엄벙덤벙 세월을 쫓다 보니 어느 새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스러져 가는 눈위를 어지러이 돌아 다니며 발자국을 남기지만 그 발자국들 마저 훌쩍 떠나가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마는 한 마리의 기러기처럼 부질없는 일에 매달려 한 해를 살아 오지는 않았는지 뒤돌아 볼 때다.

더불어 아이들 건강하게 잘 자라고, 부모 형제 가족들이 별고없이 잘 지내온 것도 축하하고 감사할 때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이 해 저물어가는 겨울에 있는 이유가 아닐까. 감사하고 축하하는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와인이다. 이 곳 캘리포니아 일대는 프랑스와 비교해 포도산지로서의 조건이 뒤지지 않는 지라 품질 좋은 와인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북쪽으로 나파 밸리나 소노마 카운티부터 남쪽으로는 테미큘라까지 수 많은 와이너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 우리 곁에 가까운 와이너리를 찾아 세모의 정취를 맛보자.

◇샌 안토니오 와이너리(San Antonio Winery), LA 다운타운

1917년에 설립이 됐으니 올해로 92년째 되는 그 역사가 제법 길다. LA 다운타운의 동쪽 LA 강변에 위치해 있으니 한인타운과는 지척지간이다. LA 강변의 포도원에서 강물을 길어 포도를 키워 와인을 만들었으니, LA 시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개발과 환경문제로 인해 포도원을 북가주 나파밸리와 파소 로블레스 등지로 옮겼으나, 양조장은 여전히 92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100여 개에 달하던 와이너리들이 1920년 금주법 시행으로 사라지는 와중에 수도원과 교회의 의식용 납품으로 그 활로를 찾아 그 명맥을 유지하다 33년 금주법이 해제되면서 비로소 기사회생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서 지금은 북가주 지역 여러 곳에 포도원을 갖추고, 와인 레스토랑까지 운영하면서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수상을 한 고급와인 브랜드를 갖춘 캘리포니아 굴지의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여러 차례 증축을 거쳤지만 여전히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킨 덕에 이 건물은 LA시가 정한 문화사적으로 방문객들이 많은 인기 명소가 됐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와이너리를 들어서니 와인 전시판매장이다. 리볼리 가문이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 고급 와인 브랜드인 ‘리볼리 패밀리 비냐드’를 비롯해 ‘샌 안토니오’, ‘윈드 브레이크’, ‘마달레나’ 등 수많은 와인들을 방문객들이 고르고 있다. 마침 계산대에 한인 데이지(서덕례)씨가 있어 반갑다.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주말이면 방문하는 한인들이 많단다. 한쪽 테이블에는 한글로 된 안내문도 비치돼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약속한 창립자의 4대 손인 ‘마이클’을 찾으니, 전시장과 붙어 있는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그의 안내로 식당 뒤로 돌아가니 희미한 불빛 아래 수많은 오크통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개개의 통들에는 포도를 딴 포도원 이름과 년도, 지역, 오크통으로 옮겨 숙성이 시작된 날짜 등을 기록한 라벨이 붙어 있다.

1000달러를 호가하는 60갤런짜리 오크통도 산지별로 프랑스부터 미국 각지역으로 다양하다. 가을이면 각지의 포도원에서 종류별로 포도를 으깬 다음 그 과즙을 이곳으로 수송해 양조작업에 들어간다. 오크통의 숙성을 거쳐 병입과정까지 이곳에 시설을 갖추고, 자체 브랜드와 ‘트레이더 조’, ‘겔슨즈’ 등의 국내 마켓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와인을 수출한다. 오크통 저장고를 돌아 나오니 투어를 마친 리버사이드의 방문객들이 저마다 와인잔을 들고 시음에 열중이다.

매주 주요 국경일을 제외한 토요일과 일요일은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 투어가 진행되고, 이외의 시간에도 10명 이상 예약을 하면 특별 투어가 가능하다.

와인향기 가득한 양조장을 둘러보고 수준급의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보낸다면 근사한 추수감사절이 되겠다. 단체 투어 예약은 전화 (323)223-1401로 하면 된다.

▷가는 길 ; 5번 프리웨이에서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에서 내려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왼쪽에 라마 스트리트(Lamar St.)가 나오는데 이곳으로 한 블럭쯤 들어 가면 오른 쪽에 있다. 한인타운에서는 시청 앞의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된다.

▷주소 ; 737 Lamar St. LA., CA 90031

◇아구아 둘스 포도원(Agua Dulce Vineyards), 아구아 둘스 캐년

한인타운에서 북쪽으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골짜기에 아담하게 들어선 이 와이너리는 돈과 캐시 부부에 의해 지난 1999년에 세워져 첫 와인이 생산된 것이 2001년이니, 와이너리의 역사치고는 매우 짧다. 그렇지만 90에이커의 구릉지에 포도원과 현대식 와인생산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한눈에 와인양조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데다 이처럼 가까운 곳에 있으니, 와이너리 투어로는 금상첨화다.
비록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와인들은 LA 카운티 페어를 비롯해 미국 각지의 품평회에서 그동안 열 여섯차례나 수상을 한 경력이 있어 만만히 볼 곳이 아니다. 두 부부가 포도재배에서부터 와인을 보틀링까지 전 과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와인 시음회를 여는데, 7달러만 내면 5가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12명 이상이면 그룹 투어를 신청할 수 있는데, VIP를 위한 별관에서 숙련된 직원과 함께 하는 와이너리 투어와 와인 안주로 그만인 각종 치즈를 곁들인 와인 시음을 할 수 있다. VIP 투어는 15달러.
전시 판매장에서는 각종 선물용으로 골라도 좋을 와인들이 고루 갖춰져 있다. 추수 감사절뿐 아니라, 연말 동창회 나들이로도 좋겠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회원제 와인클럽을 운영하는데, 가격할인과 멤버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파티에도 초대를 받고, 무료 와인 시음도 할 수 있다. 이외에 개인 라벨을 부착한 와인 주문도 되는데 가입비는 무료다. 단체 예약은 전화 (661)268-7402

▷가는 길;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발렌시아 방향으로 가다 14번 프리웨이를 갈아 타고 가면 곧 이어 비아 프린세사(Via Princessa)에서 빠져 왼쪽으로 휘어져 올라 가면 바로 시에라 하이웨이(Sierra Hwy)를 만난다. 이 곳에서 우회전해서 계속 따라 가면 오른쪽의 아구아 둘스 캐년 로드(Agua Dulce Canyon Rd.)를 지나면 곧 이어 오른쪽에 포도원이 나타난다.
▷주소; 9640 Sierra Highway Agua Dulce, California 91390

글·사진=백종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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