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햇볕도 아까워
걸어서 지구를 몇 바퀴나 돌으셨을까태엽이 다 헤지고 풀어진
96세 시어머니
가위로도 잘리지 않는
짱짱한 태양빛이 아까워
질질 끌려가는 이부자리
질질 끌려가는 두 다리는 닮은꼴이다
행주, 수건, 솔 ---
순식간에 만물상이 된 뒷마당
요즘 그 땡볕 까뮈의 햇살보다 강해
후줄후줄한 그녀
하얗게 녹아내린다
스스로 쑤시는 다리 매만지며
내일은 비가 오려나
쓴 웃음 지으신다
상치 쑥갓 꽃 올라오면 끝이라고
부산나케 꽃을 따내시는 어머니
오늘도 위는 민소매
아래는 겨울내복 차림에
뭐 말릴 것 없나
두리번거리시는
흔들 머리
흔들다리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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