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법문은 왜 비유일까
선정스님/미주금강선원 주지
"그대가 불성이요 부처이고 우주 법계에 부처님이 안 계신 데가 없고 일체중생의 마음 가운데 들어 계시느니라." 이렇게 말씀하시면 바로 알아들어야 할 것인데 '내가 어찌 부처인가 배우지도 못하고 세속에 끄달려 사는 이 몸이 어찌 부처일 것인가 하며 부처는 석존께서 부처이다' 하고 결코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알아듣게 하기 위하여 방편을 말씀하신 것이다.
인간은 누구든 법계에서 내리는 무한의 보배를 받아 쓸 수 있는 그릇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그릇을 엎어놓고 있기 때문에 받아쓰지를 못한다. 그러한 것은 과거 전생에 그만한 복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어놓은 복도 받아 쓸 줄 모르기 때문에 또는 불성 즉 정각을 모르기 때문에 주로 방편을 써서 말씀하신 것이다.
법화경의 '탕자 비유편'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는데 아버지는 각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무역을 하고 상업을 해서 거부가 되었고 곳간에는 금은 보화가 가득하며 하인 노비들이 수 백 명에 이르고 집은 궁궐과 같고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내왕을 한다. 그런데 아들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얻어먹거나 일을 해주며 겨우 연명하며 남루한 옷에 목욕도 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닌다.
소년은 어느 날 으리으리하고 대궐같은 이 집 앞을 지나다가 "도대체 이 집은 얼마나 부자이길래 이토록 웅장한가?" 하고 열려진 대문으로 살그머니 안마당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넓은 대청마루가 있고 용상과 같은 의자에 왕과 같은 위엄있는 사람이 앉아 있고 그 옆에는 시중드는 사람이 여러 명 있었다.
앉아있던 왕과 같은 사람이 대문으로 들여다보는 거지같은 소년을 보는 순간 오래전에 헤어진 자기 아들임을 알아보고 뛰어 내려오며 "내 아들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하며 붙잡으려고 하니까 이 소년은 잡히면 큰일난다 죽을 수도 있다 생각하고 마구 도망을 친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옆에 있는 시종을 시켜 쫒아가서 붙잡아 오도록 한다. 하인 몇 사람이 달려 쫒아가니 아들은 그만 잡히면 나는 죽는다 하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다가 겁에 질려 그만 쓰러지고 만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을 뿌려서 정신만 들게 해놓고는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가 버린다.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저 아이가 나와 헤어진지가 오래 되어서 제 아비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저에게 물려줄 재산이 이렇게 많은 데에도 알지 못하고 도망만 치는구나. 안되겠으니 다시 가서 잘 달래서 말하되 밖에서 자면서 똥 푸는 일을 하게 하여라.
그러면 다니면서 얻어먹는 것 보다는 좋지 않겠는가. 그런 다음에 서로 낮이 익고 임의로워지거든 안으로 들어오게 하거라." 이렇게 일을 시키다가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고 서로 안면이 익고 임으로워진 다음 심부름도 시키고 하다가 창고도 맡게 하고 아버지 옆에서 일을 시키기도 하였다.
어느 날 틈을 보아서 "너는 내 아들이다. 이 집과 이 재산은 모두 네 것이다. 여기에 살면 임금이 부럽지 않을 것이니 이제부터 이 많은 재산은 네가 모두 관리하고 쓰고 싶으면 쓰고 네 마음대로 하거라" 하고는 아들에게 모든 것을 돌려주고 떠난다.
이 방편의 말씀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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