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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 길 위의 바람이 되다] 289일간 돌아본 '또 하나의 미국'

길 위의 바람이 되다

"여행길에 오르기 전의 기대는 바람만큼이나 허망한 것이었다. 바람은 휑하니 가슴에 구멍만 뚫어놨고 뻥 뚫린 구멍으로는 사정없이 외로움만 밀려들었다."

길 위의 바람이 되다
김창엽 지음, 중앙북스, 332쪽


20년 가까이 신문기자로 일한 저자는 현대판 집시를 자처했다. 50대를 코 앞에 두고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무작정 여행길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남편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한참 삶의 무게를 지탱해야 할 나이에 '테러'같은 행동이었다.

저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때부터 마음만은 항상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다"고 했다.

폭탄선언 다음에는 착착 계획이 진행됐다. 2006년 늦여름부터 2007년 초여름까지 289일 동안 8만3000여㎞를 떠돌았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지구를 두 바퀴 가량 돈 셈이다. 저자가 유랑의 땅으로 선택한 곳은 북아메리카. 북아메리카는 넒은 땅일 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미국 여행에 관한 책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낭만적 여행기와는 분명 다르다. 우선 식사와 이동 취침까지 미국 산 다지(Dodge) 미니밴 안에서 홀로 해결했다. 딱히 목적지도 없었다.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차를 몰았다.

저자는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이나 대중문화의 총본산 격인 할리우드 같은 '높은' 미국 대신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외딴 섬 오크라코크나 앨라배마주의 한 흑인교회 일부다처주의자들이 모여사는 유타주 힐데일 등 진짜 미국만을 찾아 다녔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도 정겹다. 노스다코타에선 로데오학과를 졸업한 젊은 카우보이 존 앤더슨을 사우스다코타에선 수(Sioux)족 출신 인디언 여인을 만났다.

기계 문명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아미시(Amish)나 플로리다의 동성애자 웨스트 버지니아의 베테랑 광부 흑인들 사이에서조차 따돌림을 받았던 진짜 흑인 걸라(Gullah) 등도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저자의 박식함은 읽는 재미를 더 해준다.

지역명의 유래나 해당 지역을 살다간 유명인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놓았다.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작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의 필명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본 뜻이 안전운항을 뜻하는 '수심 두 길 깊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저자는 발길 닿는 곳곳의 풍경과 만난 사람들의 사진을 꼼꼼하게 책에 담아 독자가 직접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배려했다.

특히 여행지에서 만난 보통 미국인들의 사진 속에는 그들의 땀 냄새가 날 것 같은 생생함이 녹아있다.

10개월 간의 여행을 마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역마살이 다소나마 해갈이 됐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산다는 일이 조금 더 혼란스러워졌다. 여행 시작 전까지 삶의 기준이 됐던 가치들이 유랑생활을 거치면서 흔들린 탓일 것이다."

※김창엽 기자의 미국 대륙기행 시리즈 보기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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