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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승만 부인의 아들 교육

이원익/재불련 이사

승만 부인이라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영부인이었던 오스트리아 출신 프란체스카 여사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대승 불교의 유명한 경전인 승만경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재가 불자 보살이다.

승만 부인은 열 가지의 서원을 세워 재가 불자로서 걸어가야 할 신행의 도리를 밝혔는데 그 밖에 자신의 아들을 교육하는 종목으로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하였다.

첫째로는 아들로 하여금 그 몸을 버려서라도 불법을 지키라는 것이고 다음은 그 재물을 버려서라도 불법을 지켜라 마지막으로는 그 목숨을 바쳐서라도 불법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가르침은 이 세상 많은 어머니들의 본능적인 가르침과는 반대가 된다.

내가 어머니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 자기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치는 게 대부분 어머니들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물론 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선 이 세상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네 몸 간수 하나는 온전히 해라. 남 때문에 네 몸 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둘째 남자는 재물이 생명이다. 재물만 있으면 지위와 명예 여자 추종자 권력 건강 따위가 다 따라온다. 다른 것 다 좋아도 재물 없으면 헛것이다. 재물부터 챙겨라.

마지막으로 신신당부하건대 네 목숨 버리는 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하지 마라. 내 눈 감기 전에 그런 꼴은 못 본다. 설사 나라를 팔아먹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만 돌아와 다오.

이 세상 어머니들의 이런 무조건적이고 눈먼 욕망이 없었다면 아마 인류라는 종은 멸종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적나라한 어머니들의 바람을 너무 탓하지는 말자. 오히려 이를 수긍하고 이러한 욕망들이 부당하게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할 것이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누구의 어머니라도 이런 욕망을 꼭 같이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아들의 몸이 상하면 안 되듯이 남의 아들 몸도 상하면 안 된다.

가혹한 노동 조건과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되어도 괜찮고 병마와 영양실조에 시달려도 상관없고 사회적 정치적 폭력의 위험에 속수무책 내던져져도 좋을 아들의 몸은 어느 집구석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돈이 내 아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남의 아들도 돈 좀 벌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너무 독점하지 말며 돈이 지나치게 한 쪽으로만 쏠리는 사회적인 구조는 완화시켜야 할 것이고 돈 못 버는 아들을 둔 남의 집 어머니를 동정하고 조금이나마 베풀어야 할 것이다.

남의 아들 목숨에 대해서는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보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웃과 사회 가까운 나라 먼 나라의 이름 모를 아들들을 살육의 벌판으로 내모는 일에 은근히 동조하거나 발 담근 일은 없었는지를.

이렇듯 남의 아들과 그 어머니도 생각하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알아들을지 몰라도 실감하고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중생이 한 몸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 동체대비의 진리가 몸에 와 닿기 전에는. 그리고 이 동체대비가 바로 불법의 핵심이다.

작은 몸이 죽더라도 큰 몸이 사는 것이니 그 옛날 승만 부인이 불법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치라고 아들에게 가르친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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