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맛있는 커피처럼
한규삼 목사/세계로교회
좀 시건방지게 들릴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맛 없는 커피는 마지지 않는다. 맛을 아는 미식가들이 성의 없이 아무렇게나 만든 음식을 외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선교지에서 문명 세계로 나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내 혀끝에 길들여져 있는 맛나는 커피다.
목회자로서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사람들이 변하는가에 관심을 두어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도는 하나님의 말씀이 성령의 감동에 의해 그들 앞에서 풀어질 때 설득이 되고 이렇게 설득된 말씀이 지시하는 것에 동의가 되면 변화가 시작된다. 그래서 목사의 최고 임무는 하나님의 말씀을 잘 풀어내는 것이다.
그 말씀이 성도의 영혼 속에서 일하시도록 하는 것이다. 첫 단계에서는 사람들이 관심 많은 주제나 보통 사람들의 고민거리에 대한 답을 성경을 통해서 찾아가면서 말씀으로 설득한다.
말씀으로 설득이 되면 성도들은 동의가 되어 힘을 얻고 변화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말씀의 맛에 길들여 지면 말씀에 자연스럽게 순종하게 된다. 말씀 맛을 본 성도들은 말씀을 많이 자주 들어야 한다. 그 맛에 대한 감각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약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꿀송이 보다 더 달다는 표현을 쓴다.
말씀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 맛있다는 뜻이다. 그 맛에 길들여지면 찾지 않을 수 없고 말씀의 맛을 알면 다른 맛에 더 이상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상에 있는 인스턴트 식품의 강한 조미료에 더 이상 끌리지 않는다.
김남준 목사님의 글에서 본 것이다.
어떤 부부가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 참기름이 필요하여 시장에서 구입하여 먹어보고는 놀랐다. 진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입에 자극이 심한 것이 참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온 서울 사람들에게 진짜 참기름을 손수 만들어 공급해 주리라.'
꿈이 야무졌다. 신이 났다. 금방 돈방석에 앉을 것 같았다. 그리고 더욱 건강해질 서울 시민들을 생각하면서 행복해 했다.
그런데 사업은 쫄당 망했다. 아무도 진짜를 사먹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맛이 없어서다. 가짜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혀에는 진짜를 구별할 능력이 없어진 것이다.
이제는 진짜 맛에 길들여진 성도들이 거짓 맛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사는 때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를 다니면서 하나님 말씀의 맛을 모른다면 정말 안타까운 인생인 셈이다. 우리가 길들여져야 하는 맛이 주님의 인자하심이다. 시편 기자는 주님의 인자 하심이 생명보다 낫다고 고백한다.
신앙의 선배들은 주님 한 분만으로 기쁨 삼아 살라고 권면한다. 어찌 생각하면 이것은 지루해 보여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인생살이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주의 인자를 제대로 맛보면 그 맛을 알게 되고 만약 이 맛에 길들여진다면 이 세상에 속한 어떤 것에도 이와 같은 만족스런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커피 맛에 길들여지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주님의 인자에 들여진 맛은 평생 잊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행복이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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