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미 국가대표 길러내는 한인 검객

Los Angeles

2019.09.27 22:5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토요 스토리] LA국제펜싱센터 김원진 코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은퇴 후 이민 와 지도자 길
"제자들 올림픽 금이 꿈"
미국의 국가대표 '검객'들을 한인이 조련하고 있어 화제다.

'LA국제펜싱센터'에서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과 차기 국가대표 꿈나무들을 훈련하는 코치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원진(35·사진) 코치다.

전직 한국 펜싱 국가대표였던 김씨는 지난 2012년 국가대표 선수직에서 물러나 LA로 건너왔다. 그의 오랜 꿈이었던 '펜싱 꿈나무 육성'을 이루기 위해서다.

김씨는 "한국에 펜싱을 배우러 왔던 미국 학생과의 인연으로 LA행을 결정했다"며 "이권다툼에 물들지 않을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가진 선수를 육성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LA국제펜싱센터는 미국 대표팀 선수를 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총 150여 명이 이곳에서 펜싱을 배우고 있다. 이 중 60%는 백인 등 타인종이다.

2013년부터 센터에 합류한 김씨는 그의 주종목이었던 펜싱 '에페' 종목 현 국가대표 3명의 전담 코치이자 국가대표를 목표로 훈련받고 있는 10여 명의 코치를 맡고 있다. 시니어 부문 현 국가대표인 한인 저스틴 유(22) 선수를 비롯해 카샤 닉슨(22), 나탈리 비(33) 선수가 김씨에게 훈련을 받고 있다. 김씨는 밀어내는 기술이 보편화된 서양식 건법보다는 당겨치는 기술이 주된 동양식 검법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부터 한국인들은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는 민족으로, 수비에 강하고 발을 빠르게 사용하며 유연함이 남다르다"며 "이 점을 살린 동양식 펜싱 기술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자기주도적 건법을 사용하기보다는 기회를 노린 공격이 주력화된 서양 펜싱과 다르게, 동양에서는 기회를 직접 만들어 선제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며 "이 기술은 '다리'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는데 이 부분에 차별화를 두고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펜싱과의 인연은 1997년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였다. 서울 덕원중학교 재학생이던 김씨는 소년체전서 우승하고 돌아온 펜싱부 형들이 조례 시간 때 예쁜 여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펜싱부 등록을 결심했다.

그러다 중3 때 소년체전서 금메달을 따내 '꽃다발 소녀'를 기대하며 돌아왔지만 김씨를 맞이한 건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의 축하파티였다고 웃었다.

김씨는 한때 잘나가던 한국 펜싱 선수였다. 그는 아시안게임과 아시안 선수권 대회서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최고 순위로 단체전 8위에 오르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선수직 은퇴 후에는 지난 2016년 5월에 열린 리우 올림픽 한국 펜싱대표팀 선발전에 시험 삼아 출전했다 덜컥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올림픽을 포기하고 코치의 길을 택했다. 김씨는 "선수로 직접 뛰기보다 가르친 제자들이 정상에 오르는 걸 보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았다"고 이유를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터득한 기술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게 어쩌면 선수들의 본능인데 고등학교 때 만난 스승님께서 아낌없이 모든 걸 가르쳐 주셨다"며 "그 이후 줄곧 진정한 스승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김씨의 제자 중 한국계 알렉스 모세스(13) 선수는 미국 대표 지역 청소년 펜싱대회 'RYC(Regional Youth Circuit)'순위상 꼴찌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김씨와 1년 반의 훈련 끝에 지난 주말 토렌스서 열린 대회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차기 국가대표로 급부상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는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던 제자다"라며 "모세스가 2028년 LA 올림픽에서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게 내 목표"라고 전했다.

지난해 김씨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 에페 선수단 코치로 제안을 받았다. 코치 인생에서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김씨는 결국 LA에 남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순수하게 펜싱을 가르치고 싶다"면서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제자들이 정상에 설 때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