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한국의 '눈치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 화제다. 내달 출간을 앞두고 있는 한인 2세 작가 유니 홍(사진)의 '눈치의 힘(The Power of Nunchi)'이다.
온라인 매체 '선데일리(The Sun Daily)'는 홍씨와 그녀의 책에 대해 지난 2일 보도했다.
한국어에는 영어로 번역하기 퍽 난감한 표현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단어 '눈치'다. 영어 사전은 이를 'wits' 혹은 'sense' 등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우리말의 어감을 그대로 전달하기엔 2% 부족한 감이 있다.
홍씨는 책을 통해 이 애매한 표현 '눈치'의 정곡을 찔렀다. "눈치는 곧 생존(survival)을 가르칩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책 '눈치의 힘' 출간 기자회견에서 홍씨가 말했다. 앞서 이 책은 지난 9월 영국 출판사 허친슨(Hutchinson)에서 먼저 출간됐다.
"눈치는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눈치는 아이 때부터 그들이 세상에 사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칩니다.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로서 곧 그들의 생존을 뜻하기도 하죠."
홍씨는 눈치가 본질적으로 '눈으로 가늠하다(eye measure)'는 의미라고 전했다. 즉 조화,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가늠하는 미묘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눈치는 영어권에서 자란 제가 한국어와 동시에 함께 배운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홍씨는 12세 때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한국에 귀국했다. 이후 5년간 서울에서 자랐다. 그는 미국 집에서 배운 눈치가 한국에 오니 매 순간 적용됐다고 전했다.
홍씨는 "한국에서 아이들은 기본 수업을 받는 것과 같이 눈치를 배웠다"라며"눈치는 기본적으로 말 없이 언어를 배우는 방법. 한국어를 못했던 내가 한국어가 익숙해 질 때까지 해야 했던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타인의 감정을 순간적인 판단력 등으로 가늠하는 이 눈치가 바로 한국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홍씨는 1973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시카고에서 자랐다.
그녀는 경제학자셨던 아버지가 한국 정부 기관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12살 때 한국으로 귀국, 18살 때까지 서울에서 살았다. 이후 고등학교를 마치고 예일대학교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6년간 파리에서 TV 뉴스채널 '프랑스24'에서 근무했다. 이후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TV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인 저널리즘에 입문했다. 현재 홍씨는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면서 책도 쓰고 있다.
앞서 홍씨는 소설 '켑트(Kept·2006년)', '한국적 쿨함의 탄생(The Birth of Korean Cool·2014년)'을 출간한 바 있다. '눈치의 힘'은 미국에서는 11월 5일 출판사 펭귄 램던 하우스에서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