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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교차로] 호랑이 등을 타라

이기희/윈드화랑 대표·작가

저지르고 보는 게 내 스타일이다. 덕분에 잃는 것도 많지만 남는 것도 있다. 열 번 저지르다 한 번만 성공하면 한 번도 시도 안 한 사람보다 낫다는 게 내 계산법이다. 요즘같은 불경기엔 일 벌리면 큰 일 난다. 가계든 사업이든 바짝 몸을 사리고 정신 차려야 살아남는다.

안 쓰고 안 입고 덜 먹는 것이 불경기를 견디는 방법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안 하는 것만이 극복하는 방법일까. '죽겠다'며 두 손 놓고 앉아 있으면 정말로 죽는 일이 발생할 지 모른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옛 말은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용기를 잃지 않으면 해결책을 찿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내 경우는 겁이 많아 호랑일 만나면 잡아 먹히기 전에 기절해 죽을 확률이 높다.

산에서 무서운 짐승을 만나면 보자기나 코트를 펼쳐 일단 덩치를 크게 보이게 한 후 자극을 주지 않는게 좋다고 한다. 호랑이에게 '형님 형님'하며 싹싹 빌어 풀려난 설화는 믿기 어렵지만 깜빡 잠든 사이 줄행랑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풀리는 건 하나도 없고 뉴스를 보면 했던 말 반복하며 그 타령이 그 타령이다.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 바닥을 칠 때 까지 당분간은 이 짜증스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들에겐 하루가 일 년처럼 길다. 불황기에는 마케팅 비용을 늘려야 한다는 학계 업계의 충고도 배부른 사람들의 얘기다. 매출이 줄고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결제할 대금조차 없는 사람들에겐 물 안 마시고 떡먹다 체 해 죽으라는 말과 같다.

내 가짜 별명은 원예의 귀재(Green Thumb)다. 우리집 실내에는 푸른 나무와 화분들이 많다. 지지리도 바쁜 내 일상을 아는 사람들은 의아해 하며 칭송(?)까지 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죽을 낌새가 보이면 얼른 갖다버리고 새 걸 구해다 놓는것. 그러니 실내 정원은 싱싱한 화초로 늘 가득하다. 물론 새로 사려면 돈 드니까 안 죽이려고 엄청 노력한다. 하지만 회생의 여지가 50%를 밑돌면 얼른 버린다.

알뜰한 내 친구는 말라 비틀어진 화분을 못 버리고 살리려고 애쓰다 남편 눈에 띄어 한소릴 듣는다. 나같은 사람도 약간의 문제성이 있지만 포기도 지혜고 용기일 때가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결단이 필요하다.

무엇을 접고 뭘 펼쳐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 올 해 하반기까진 온 나라와 가정 직장과 사업체가 경제 비상 전시체제로 운영될 것 같다.

실속 위주로 덩치를 줄이고 불필요하거나 회생이 희박한 것은 과감하게 자르는 용기가 필요하다.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겠지만 고통을 통해 반성의 기회로 거듭날 수 있다. 멈춰서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을 정리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것도 좋다. 숨고르기를 잘하면 언덕 길을 올라가기가 한결 쉬워질 것이다.

이 참에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를 짚어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칠 계획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덜 피곤하게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사람처럼 혼비백산 허둥대는 사람에겐 올해는 긴 시간이 틀림없다.

하지만 차분하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소생의 기회로 역전이 가능하다. 호랑이에게 안 잡혀 먹히려면 호랑이 등에 뛰어오르는 수 밖에 없다. 하늘이 무너져 솟아 날 구멍 찿는 것보단 호랑이 등을 타는 게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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