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라소니·사슴 누비는 '미니 그랜드캐년'
가볼 만한 곳
어바인랜치 라임스톤 캐년 따라
4.5마일 걸어야…두 달 1번 공개
지질·생태 해설 듣는 무료 투어
멸종 위기 굴뚝새 등 '야생 보고'

'미니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라임스톤 캐년 '더 싱크' 동쪽 모습이다.

생태 해설가가 가주의 지질적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태 해설가 에드 스테이너가 가던 길을 멈추고 보브캣 발자국을 등산스틱으로 동그랗게 그렸다. 참가자들도 고개를 숙여 관찰한다. 그제야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딱정벌레, 사슴 발자국, 짐승 똥 등 인간의 눈높이에서 보이지 않던 생태계가 눈에 포착된다.
2006년 연방정부는 8만 년 지질사가 압축적으로 보존돼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헌팅턴비치에서 어바인랜치까지 이어지는 5만 에이커 지역을 '내셔널 내추럴 랜드마크(NNL)'로 지정했다. 이름은 '어바인랜치 랜드마크'다. 그 중 라임스톤 캐년 '더 싱크(The Sinks)'는 자연보존을 위해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 있다. 어바인랜치 랜드마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지난 18일 해설가와 함께 더 싱크 동쪽 구간을 올랐다.
오전 7시30분. 집결지인 어거스틴 스테이징 에어리어에 도착했다. 자원봉사자가 먼저 나와 차단문을 열고 예약자를 확인해 입장시켰다. 이날 탐방객은 6명, 해설가 및 봉사활동가도 6명 정도였다. 출발 전, 에드는 가주 일대에서 채취한 화산암을 보여주며 지질학적 특성을 설명했다.
"왼쪽에 보이시는 건 화산폭발이 일어날 때 외부로 터져 나온 분출암(Extrusive Rock)입니다. 외부에 노출되다 보니 급속도로 식어 반짝이는 크리스털 입자가 작고, 짐승 똥처럼 굳어있죠. 반면에 이건 관입암(Intrusive Rock)입니다. 화산 내부에서 천천히 식었죠. 그러다 보니 변형이 많이 생겨 유리처럼 반짝이는 크리스털 입자가 훨씬 많죠."
강의가 끝나고 목적지인 더 싱크를 향해 걸었다.
관목지대를 한 시간쯤 걷자 가파른 언덕이 나왔다. 언덕 능선에는 초콜릿색 캘리포니아 벅위트(Buckwheat·메밀)가 길 따라 나 있었다.
하이킹 코스는 왕복 9마일. 4~5시간을 야산에서 보내야 해 물과 간식을 챙겨와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도 필수다.
이 지역은 생태계 다양성이 보존된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길 따라 보브캣 발자국이 줄을 잇고 사람 소리에 놀란 사슴이 멀리서 일행을 바라본다. 멸종위기종인 북미 딱새(Gnatcatcher), 선인장 굴뚝새(Cactus wren) 등이 서식한다. 걷는 내내 맹금류인 터키벌처(Turkey Vulture)가 원을 그리며 날았다. 날개 안쪽 흰털이 활시위처럼 선명했다.
이곳은 1860년대까지 어바인 컴퍼니가 소유한 목장이었다. 그 뒤 방치돼다 연방, 가주 정부가 지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NNL로 지정했다. 과학자들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야생동물 서식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종종 카메라에 불법 밀렵꾼과 누드 하이킹 족이 포착된다고 한다.
2시간쯤 걷자 산사태로 무너진 절벽이 잇따라 나왔다. 조금 더 올라가니 '미니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더 싱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켜켜이 쌓인 지층이 억겁의 시간을 말하고 있었다. 태평양을 향해 내달리는 산맥 너머로 어바인 스펙트럼 센터와 뉴포트비치 바다가 보였다.
에드는 "다양한 색깔의 지층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미시시피강 하류 델타처럼 수만 년 동안 퇴적된 땅이 융기한 거죠. 그랜드캐년처럼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건 아니지만 지진과 산사태 등으로 지금의 모습이 됐죠"라고 말했다.
가주를 면한 태평양판은 지금도 일본 방향인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럴수록 반작용으로 가주 해변을 따라 이어진 경계지역에 융기가 일어난다. 이때 지진과 함께 화산 폭발이 일어난다. 북가주 래센 산과 섀스타 산이 그 증거다.
에드는 "산 정상이지만 동그란 돌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계속 땅이 움직이고 침식했다는 것을 말하지요. 마치 러시아워 때처럼 땅과 땅이 만났다가 흩어지고 융기, 침식된 거죠"라고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탐방팀은 선인장 지대와 사이프러스 군락지를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해를 피할 곳이 없어 목덜미가 뜨거웠다.
어바인랜치 랜드마크에는 달빛 하이킹, 야생화 씨앗 채집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웹사이트(letsgooutside.org)를 통해 예약하면 선착순으로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황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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