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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눈인사라도···

전달수 신부/성마리아 엘리자벳 성당

"안녕!" 하면서 아침에 서로 나누는 인사는 서로를 기쁘게 한다. 어른에게는 "안녕하십니까?" 또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드리는 우리의 예의범절은 자랑할 만하다.

여러 민족과 어울려 살다보면 여러 종류의 인사말을 들을 수 있는데 로마 같은 국제도시에서는 적어도 3~4개 언어는 늘 들을 수 있어 각 민족의 다양한 사고방식을 볼 수도 있다.

한 때 우리나라에는 영어식 아침 인사를 직역하여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말이 유행했는데 이곳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정다운 감을 느끼곤 한다. "신부님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가 그것이다. 중동이나 라틴계 사람들의 인사는 너무 요란하다.

가벼운 포옹과 더불어 인사말이 수다스럽다. 로마와 미국 성당에 있을 때 주일 오전 제의방에 들어가면 전례 봉사자들이 6~7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과 한 번씩 포옹을 할 때는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 사람처럼 하라는 속담도 있지만 타 문화권에 젖어들기란 쉽지 않아 처음에는 힘들었다.

인사와 함께 몸짓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악수다. 악수는 요즈음 어느 민족에나 통하는 인사라 다분히 국제적이다. 원래 악수는 중세기 유럽에서 산길에 강도들이 숨어서 행인들을 노렸으므로 만나는 사람들이 "나는 강도가 아니오. 나에게는 무기가 없소" 라는 뜻에서 서로 손을 잡은 것이 그 유래다. 그러므로 상호 해칠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요즈음은 그런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악수에도 격식이 있다지만 대부분은 별로 따지지 않는 듯하다. 그래도 격식을 따지는 사람들은 따진다. 여성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다. 그 사람들이 악수를 청할 때 응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존경과 친교의 표시다. 그리스도인 관점에서 말한다면 내가 인사하거나 악수를 나누는 저 사람도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고귀한 인격을 지닌 인격체이며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로 구원된 사람이므로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한다. 물론 이를 통해 사랑을 전한다.

한편 불자들의 인사법은 나에게 많은 관심거리였다. 불자들끼리 법당에서 나누는 인사는 종교적인 의식처럼 보여 신성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은 인사할 때 손을 합장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나는 이런 인사법이 좋다고 본다. 내가 인사를 하는 저 사람 안에 불성이 있기 때문에 정중하게 인사한다고 하니 얼마나 깊은 영성이 내재해 있는가. 이런 면에서도 종교간의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살아가면서 인사는 대단히 중요하다. 인사하여 손해 보는 일은 없다. 그러나 인사를 잘 하지 않아 거만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며 예의를 따지는 사람들은 인사하는 것에 따라 또는 하는 방식에 따라 좋은 점수를 주기고 하고 문제를 삼기도 한다. "나한테는 눈 한번 돌리지 않으시더라" 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니 그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눈인사라도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눈도장이라도 찍어두자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할 말은 없다.

예수님은 율사들과 바라사이들은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셨다. 그들은 인사를 자신들의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에 책망 받은 것이다.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친교와 우정의 표시이므로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풍토가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먼저 인사하자는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면 우리 한인사회가 조금씩 좋아지고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 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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