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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하늘나라의 비망록

한규삼 목사/세계로교회

성경에는 몇 종류의 책이 나온다. 대표적인 책은 생명책이다. 생명책은 영생을 얻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교회를 좀 다닌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어떻게 모습일까? 영생을 얻는 사람들의 이름이 쭈욱 나열되어 있을까?

생명책으로 유명한 성경은 계시록이지만 사도 바울도 이 책에 관해서 언급한다. 빌립보서 4장 3절이다. 당시 빌립보교회에는 지도자 급 두 여성도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바울은 이들을 도우라고 하면서 이들의 이름이 생명책에 있다고 한다.

언젠가 이 구절을 연구할 때 흥미로운 주석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생명책에는 이름 만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행한 일들도 기록되었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 주석가의 생각이 옳다면 내가 행한 어떤 일이 기록되어질까? 기록된다는 뜻은 하나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그분의 뜻에 합한 일이란 의미일 것이다.

말라기에는 하늘 나라의 '비망록'이 나온다(3:16). 나는 개인적으로 이 비망록도 생명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한글개역 성경은 이 책을 '기념책'이라고 했는데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이 한 말을 기록한 것이다.

세상에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이야기와 원리로 가득하다. 경제에 대한 불안의 말 정치적 걱정 남에 대한 불평 낮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어두운 말들 저주 독설 자기 자랑 등이다.

우리 시대에는 말라기 시대 처럼 하나님 믿는 것이 어리석다고 주장하는 행동과 원리가 너무나 많다. 이런 꿀꿀한 상황 중에도 빛을 발하는 소리들이 있는데 하나님을 경외하는 성도의 말이다.

특히 자신이 어려운 중에도 하나님을 확실하게 인정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도전과 위로를 주는 소리다. 이런 말은 인간 사이의 갈등을 없애고 마음에 온기를 준다. 비망록에는 이런 '말의 행위'들이 기록된다고 생각한다.

작년 봄 어느 날 당시 교통 사고를 당해 크게 고생하던 성도를 심방했다. 깜짝 심방이었다. 이 성도는 삶의 터전을 미국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지네스를 막 오픈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기점에서 교통 사고를 크게 당해 몸이 심하게 망가졌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교회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깜짝 심방은 그 성도의 생일이기에 담임목사와 몇 몇 가까운 분들이 알리지 않고 병원에 가서 그 곳에서 생일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우리는 그를 이렇게 위로하려 했다.

그는 우리의 방문을 무척 반가워했다. 케잌이 등장하면서 파티 분위기가 시작 되었는데 겸연쩍은 일이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환우는 정색을 하면서 오늘이 자기 생일 아니라는 것이다. 아뿔사! 실수한 것인가?

그는 말을 이어간다. '나의 생일은 사고 당한 날입니다. 그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순간 우리는 얼마나 큰 마음의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우리가 그를 위로한 것이 아니라 그가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고 도전한 것이다.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 횟수를 열 손 가락에 꼽을 수 있는 초신자인 그는 온 몸이 부숴진 상태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말에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 났다. 나는 이런 말들이 하늘 나라 비망록에 적히고 있음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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