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삶] 겨울 여행
줄리 김/ANC온누리교회
그래서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어제 우리는 5번 북쪽을 타고 138번 동쪽 랭캐스터와 팜데일로 세 시간 가량 운전을 하고 왔습니다.
도착지는 사인이 크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천천히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저는 목을 길게 창 밖으로 빼고 봅니다. 드디어 산장의 사인이 보입니다. 작게 Anchor 글씨가 비에 흠뻑 젖어있습니다. 긴 광야 길에서 만난 언덕 위에는 통나무집 한 채가 보입니다. 저 멀리에. 어린아이 키 정도의 나무문이 유치원 개구쟁이가 몰래 빠져나간 흔적처럼 열리다 말았습니다. 아마도 비 탓일 거에요.
미숙 자매가 제게 물었습니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을 까요?"
"글쎄?" 그렇게 말하면서도 저는 차에서 내려 문을 활짝 밀어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저는 여행자이고 손님이니까요. 간신히 들어선 산장입구에는 수만 그루의 죽은 복숭아나무가 양렬로 줄지어서 길게 입구까지 여행자들을 안내합니다.
누군가 꿈을 안고 이렇게 수만 그루의 복숭아나무를 심으면서 오늘처럼 비가 풍성하게 내리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겠지요. 이렇게 비가 오고 봄이 되면 죽었던 복숭아나무에 안개처럼 뽀얗게 꽃이 펴서 하늘을 덮고 꽃향기는 바람을 따라서 산과 계곡을 누빌 거라고 꿈을 꾸면서. 줄지어선 나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땅 주인은 나무의 열매가 아닌 꽃의 향기로도 행복했었겠지요. 저는 산장입구부터 빗속의 안개처럼 마음이 싸~ 했습니다. 죽어가는 나무와 땅을 버리고 떠나야 했을 사람들의 추억을 생각하니 또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넓고 텅 빈 겨울 산장에 자동차 소리를 듣고 개 한 마리가 빗속에서도 연신 꼬리를 흔들며 두려움 없이 함박웃음으로 달려옵니다. 아마도 이 집 주인이 좋은 사람들인가 봅니다. 강아지가 사람 얼굴을 가리지 않고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저는 작년에 이 산 언덕을 몇 번이나 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춥고 비가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처럼 하늘과 땅들도 가끔은 감정의 변화로 서로 다투기도 하나 봅니다. 그런가 하면 그 모든 열정을 내려놓고 부드럽게 산언덕 구비 구비를 돌아보면서 풀 한 포기에도 인사를 거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을 지나는 저는 내일의 구름과 바람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차창으로 흐르는 비에 젖은 Anchor(회복의 집) 온누리 교회 기도원은 길 잃은 여행자들의 길을 안내합니다. 겨울비가 내리는 기도원 길은 풍요롭습니다. 메마른 산과 들에는 구름 속에 숨었던 비가 얼굴을 내밀고 자신의 상처를 눈물로 드러냅니다.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자연이 아름답습니다. 우리 사람들도 많이 울어서 아름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겨울 여행은 엠마오로 마을로 가는 길의 두 제자처럼 등 뒤에서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계셨겠지요.
"저희가 강권하여 가로되 우리와 함께 유하사이다. 때가 저물어 가고 날이 이미 기울었나이다. 하니 이에 저희와 함께 유하러 들어가시니라. 저희와 함께 음식 잡수실 때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저희에게 주시매 저희 눈이 밝아져 그인 줄 알아보더니 예수는 저희에게 보이지 아니하시는지라." (누가복음24;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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