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61년 전, 1848년 1월24일의 일이다. 새크라멘토 근처에 위치한 존 서터라는 이의 목장에서 목수인 제임스 마샬이란 사람이 몇개의 금쪼가리를 발견하였다. 대략 콩알 정도의 크기였다고 한다. 물론 서터와 마샬은 황금의 발견을 비밀에 붙이기로 했지만 오래지 않아 소문이 퍼져 나가버렸다. 샘 브래넌이란 사람이 금이 든 병을 들고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질주하면서 "금이다, 금이 발견되었다!"라고 외치고 다닌 것을 계기로 소위 황금광시대(Gold rush)가 열리게 되었다.
정작 샘 브래넌은 황금 자체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황금을 캐러 모여온 이들에게 삽을 팔아 부를 축적하였다. 종일 무릎을 꿇고 모래를 거르거나 땅을 파는 금사냥꾼들의 옷이 쉽게 헤지는 데 착안한 상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1853년부터 산호세에서 자신이 거래하던 질긴 천막천을 재료로 하고 호주머니 귀퉁이에 금속으로 된 징까지 박아서 튼튼하게 만든 청바지를 팔기 시작해 부자가 된다.
정작 금을 발견한 두 사람은 망해버렸다고 한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무법천지였으며 존 서터의 목장은 막무가내로 들어와 금을 찾겠다고 주저앉은 사람들이 가축을 훔치고 기물을 파괴하면서 금새 엉망이 되어버렸다. 골드러시 이전의 샌프란시스코는 1848년만 해도 인구 1,000명의 보잘 것 없는 어촌항구마을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850년에는 상주인구만 무려 2만5,000명에 달하는 도시로 탈바꿈하였으니 인류 역사상 이렇게 급속도로 도시가 팽창한 유래가 또 있을까 싶다.
본격적으로 골드러시가 시작이 된 1849년에는 무려 8만명 이상의 금 사냥꾼들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는데 이들이 바로 49년에 흘러 들어왔다고 하여 Forty-Niners라고 불리웠던 사람들이다.
샌프란시스코 풋볼팀의 이름과 금색깔이 든 유니폼의 유래이다. 샌프란시스코만과 태평양이 만나는 지점은 그곳을 통하여 엄청난 부가 실어 날라졌다 하여 금문(Golden Gate)이라고 불려졌으며 훗날 이곳에 금문교가 건설되었을 때 이름 그대로 다리를 황금색으로 칠하는 것이 심각하게 고려되었다고 한다.
요즘의 돈가치로 볼 때 수십억달러 어치에 달하는 금이 발견되었다지만 실제로 부를 얻은 이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였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랜 기간의 중노동과 형편없는 삶을 겪은 후에 무일푼으로 떠나갔다. 자신만은 왠지 금을 찾을 것 같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혹은 동부에서 서부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선박회사의 과대포장 선전에 홀려서, 혹은 목숨을 걸고 대평원을 가로질러 사람들이 서부로 서부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1849년이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에는 이미 서터의 목장 근처에서 나오던 금이 고갈되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는 한풀 죽게 되는데 이때 금이 발견된 곳들이 알래스카나 브리티시 콜롬비아 지역이다. 챨리 채플린의 유명한 영화, 황금광 시대는 바로 이 시대에 배경을 두고 있다.
국권이 외국 세력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구한말 시대에 한반도에서도 외국 자본에 의한 대대적인 금 채굴이 행하여졌었다. 형편없이 적은 임금에 착취당하던 조선인 노동자가 금을 찾으면 서양인 감독이 대뜸 ‘No touch!’라고 외쳤다는데서 노다지라는 말이 유래했다니 좀 씁쓸한 일이다.
금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아주 편리한 금속이다. 우선 부드러워서 가공이 아주 쉽다.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쉽게 늘리고 펴서 가공을 할 수 있다. 또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물질이라 쉽게 변성되지 않는다. 즉 벌겋게 녹이 스는 쇠나 퍼렇게 변하는 청동제품에 비해 금은 먼지만 털어 주면 찬란한 광채를 오래도록 유지한다. 보기에도 아름답고 구하기도 힘드니 부의 상징, 권력의 상징으로는 안성맞춤이었고 화폐수단으로도 적격이었다.
화학적으로 안정하니까 이빨을 해 넣을 때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다 보니 옛 전쟁터에서는 큰 전투 후에는 전사자들의 몸에서 금붙이를 훔치는 도둑들이 모여들곤 했다. 사람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인류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불리우는 것은 수천년 전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투탄카문의 미이라가 쓰고 있던 황금마스크이다. 하지만 죽은 자에게 그 찬란한 황금의 마스크가 무슨 소용이 있었으랴.
캘리포니아의 별칭은 골든 스테이트이다. 두말할 것 없이 캘리포니아가 오늘의 캘리포니아로 되게끔했던 골드러시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태평양을 이루는 거대한 땅덩어리와 미국대륙을 이루는 땅덩어리가 만나 힘대결을 하는 지점이 캘리포니아이다. 그러다 보니 지진도 많고 샌프란시스코도 그 결과로 땅이 찌그러지고 주름이 잡혀서 그렇게 오르막내리막이 많아진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금도 그렇게 활발할 지각 활동의 결과로 지하에서 금을 함유한 마그마가 지표면 가까이로 밀려올라온 데서 생겨난 결과물이다. 비록 황금광 시대는 오래 전에 갔다지만 그 이후로도 이 지역은 실리콘밸리, 그리고 바이오텍의 탄생지로서 금보다도 훨씬 고가의 산물을 만들어내는 하이테크 경제의 중심으로 역할하고 있으니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