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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디즈니사 변화 예고하는 <볼트>

San Francisco

2009.01.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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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나온 장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세 편으로 대개 픽사의 <월-e> , 드림웍스의 <쿵푸 팬더> , 그리고 디즈니의 <볼트> (Bolt)를 꼽는다. 이 세 편은 지난 11일에 발표된 골든 글로브상의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 지명됐고, 그 중에서 <월-e> 가 수상했다. 다른 두 편은 이미 이 지면을 통해 다뤘고, 남은 <볼트> 를 오늘 마저 보기로 한다.

‘볼트’(bolt)는 ‘전광석화’ (電光石火)란 뜻으로 영화 속 주인공 개의 이름이다. 종자로 따지면 독일산 흰 셰퍼드(White German Shepherd)로 흔치 않은 종이다.
어려서 페니라는 소녀에게 팔려온 이후 소녀와 함께 유명 TV 프로의 주역을 맡고 있다. TV 속에서 볼트는 ‘슈퍼 독’이다. 페니가 위기에 처하면 나타나 엄청난 스피드와 괴력, 눈에서 뿜는 레이저 빔, 지축을 흔드는 슈퍼 바크(대단한 파괴력을 과시하는 짖음) 등을 활용해 적을 무찌른다.

문제는 이 개가 허구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가 (주인공이) 극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시청자도 사실처럼 받아들인다’는 연출자의 주장에 따라 볼트는 일체의 외부 출입 없이 스튜디오 내에서만 생활이 허용돼 있다. 그러다 보니 극중에서의 모습이 자신의 참모습인 줄 착각하며 살고 있다.
짐 캐리가 주연한 <트루먼 쇼> 와 비슷한 설정이다.

TV 시리즈가 항상 해피 엔딩으로 마쳐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자, 어느 날은 페니를 구출하지 못한 가운데 촬영을 마치게 된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 볼트는 페니를 구하기 위해 숙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일이 꼬여, 뉴욕으로 보내진다. 뉴욕에서 할리우드로 돌아오는 노정에서 볼트는 자신이 아무런 초능력도 없는 평범한 개임을 알게 되고 좌절한다. 도중에 만나 동행하게 된 냉소적인 고양이 미튼스와 볼트를 영웅으로 떠받드는 햄스터 라이노와 지내면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더불어 우정을 나눈다.

이 영화는 3D 입체영화로 제작됐다. 디즈니에서 직접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는 처음이다. 픽사를 합병한 후 픽사의 인재들을 기용하여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 전통과 고전적이고 교훈적인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언뜻 보기에는 친구들과 함께 주인을 찾아 나선다는 흔한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로 보이지만, 여행을 통해서 혼돈된 현실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성장영화의 성격이 더 짙다.

당초 페니를 구하기 위해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그 동안 믿어왔던 자신의 모습이 꾸며진 가짜였다는 걸 아는 순간 볼트는 자신에게 부어졌던 페니의 사랑 또한 가짜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이제 여행의 목적이 페니를 찾아 자신을 향한 사랑이 진실이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바뀐다.

애니메이션의 기술 수준이야 올라갈 만큼 올라갔다지만 정말 이 영화 곳곳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표현과 묘사들도 역시 경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랑 받는 강아지되기 훈련 모습, 볼트의 얼굴 표정, 특히 눈과 입 모양 변화, 비둘기들의 깃털 묘사 등등… 그리고 영화 속 TV 프로의 액션 신도 멋지다.
스토리 라인에 짜임새가 있고, 어린 자녀들이 이해하기에도 어려움이 없다.
볼트의 목소리 역을 맡은 존 트래볼타의 목소리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최인화(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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