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추위 녹인 그 열기로
김동일 목사/은혜의 방주교회
맹추위와 뜨거운 열기. 저는 그리 썩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 두 단어가 그날 취임식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가장 잘 나타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맹추위'는 오늘 우리가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직접 언급했듯이 '얼음처럼 찬 조류에 맞서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그런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낙심하고 있습니다. 자신감을 잃고 고통가운데 자포자기 하고 있습니다.
'탐욕'이라는 암초를 만나 난파하는 뱃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 하는 미국과 세계가 이제 폭풍우를 뚫고 나가며 침몰하는 배를 구할 새로운 조타수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취임식장의 200만 명의 축하인파가 쏟아내는 열기에는 우리의 그런 바램과 희망이 담겨져 있습니다. '60년 전에는 식당에서조차 거절당했던 사람의 아들' 흑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그 취임식의 주인공으로 서있다는 자체가 이미 역사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훌륭한 연설보다도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오바마 새로운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보여준 통합정신입니다. 선거기간 중 표를 의식하고 말로만 '통합'을 외친 것이 아니라 대통령 당선 후의 그의 행보가 피부색과 계층과 성별을 아우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게 그가 듬직한 것은 그가 역사와 대화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시대정신은 역사를 읽는데서 나옵니다. 그런데 그의 연설 속에는 늘 역사가 배어있고 역사속의 상황과 인물에게서 배우고 실천하는 자세가 돋보입니다.
이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오바마의 힘이 인문학의 힘이라는데서 더 희망을 걸어보게 됩니다. 이훈범 기자가 '오바마의 힘은 인문학의 힘'이란 표제로 실은 칼럼입니다. '정말로 글을 쓸 줄 아는 자신에 대해 감동적이고 진솔한 글을 쓰는 아주 드문 정치인'이라는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는 그가 결코 경거망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쉽사리 가치를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우리는 책이라고는 오직 성경만 읽는 신앙 좋은(?) 대통령의 독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경험했습니다. 그러기에 기대는 배가 됩니다. '탐욕의 시대'를 보내고 '책임의 시대'를 외치는 그의 신념에 동의합니다.
취임을 앞두고 어린 두 딸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내가 대통령에 출마했던 것은 너희들과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였다." 멋있습니다. 저는 그의 이 고백에서 그 진정성을 읽습니다. 그러기에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오바마가 듬직합니다.
이제 취임식은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의 신임 대통령 앞에는 냉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인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이루어 낸 그가 이 현실도 잘 극복해내기를 바랍니다.
취임식 장의 맹추위가 그날의 열기를 이겨내지 못했듯이 오바마의 리더십 아래서 우리도 굳게 뭉쳐 꽁꽁 얼어붙은 현실을 녹여내길 기대합니다.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에 위대한 대통령이었다는 평가가 더해지길 기도합니다. 하나님 오바마 대통령을 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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