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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빈 화분
New York
2019.11.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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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늙은 병사처럼
저승 꽃이 핀 얼굴로 서쪽 처마 아래를 지키고 있다
고작해야
김밥 같은 그늘 한 줄 담당이 전부지만
마지막 손님으로 해가 다녀간 뒤
너는 바람소리를 흉내 내며 초조한 육체를 달래고 있다
일평생 품었다 내놓은
베고니아와 체리나무 따위의 이름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일
이것은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해야 하는 승객보다 훨씬 중요하다
잠자기 전에 올리는
기도보다도 중요해서,
너는 네가 화분임을 증명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골다공증보다
김밥 같은 그늘 한 줄을 걱정해야 하는
너는
한혜영 / 시인·플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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