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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당] 악처 이야기

지종근/독자

동서고금을 통해 수많은 악처와 현모양처의 기록이 있지만 서양 세계사에서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그의 악처 크산티페가 제일 유명하다.

BC 5세기쯤 서구 문화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한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누군가가 그의 아내 크산티페에 대해 물었더니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말했다.

"말을 잘 타려면 거친 말을 타고 배우는 것일세 그리고 내가 그 여자를 견디어 낼 수 있다면 천하 어떤 사람이든 견뎌내지 못할 사람이 없네. 아! 아내의 잔소리 말인가? 그 소리는 물레방아 소리같이 들리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 크산티페가 화가 나 물그릇의 물을 남편 소크라테스에게 끼얹자 소크라테스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천둥번개 다음에는 큰 비가 내리네"라고 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얼마나 유모스럽고 멋진 응수이며 철학적인가.

악처가 남편을 철학자로 만드는가 아니면 가정 생활에는 무능한 남편이 아내를 악처로 만드는가? 실제 소크라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아들 3명을 양육하고 남편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했을 것이라 상상할 수 있다.

역시 세계적 악처로 알려진 대문호 톨스토이의 아내는 만년에 남편이 가출해 객사하게 했고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아내는 죽은 남편 매장지에 가지 않아 지금까지 모차르트의 묘지를 모르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아내는 질투와 낭비벽으로 남편을 괴롭혔으며 공자의 아내도 악처로 기록돼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욥의 아내도 하나님과 사탄의 시험으로 부유함에서 추락해 모든 것을 잃고 피부병으로 고통을 당할 때 남편 욥을 향해 '하나님을 욕하고 죽어라'라고 악담하고 떠났다.

그러나 욥은 끝까지 하나님께 충성해 전보다 몇십배의 축복을 받았다.

이러한 일화와 역사적 기록들은 한국이 세계 제1위 이혼율과 저출산율 기록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인내력과 관용정신 부족하고 철학적 이해력이 박약한 한국의 일부 젊은이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의 경우 위대한 철학자나 대문호가 안되고 평범한 시민이 된 것을 보면 나의 아내는 악처는 아닌 모양이다. 실제 45년간 우리 부부가 모두 다혈질이어서 태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주위에 잉꼬 부부로 알려진 것은 어쩌다 부부싸움이 시작되면 즉시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각자 백기를 드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서는 아내 자랑으로 팔불출 취급 받아도 상관치 않고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 자랑으로 주위로 부터 '잘났어' 비야냥을 받아도 개의치 않는 것이 삶의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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