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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21' 기울 때 'H&M'은 어떻게 살아났나

Los Angeles

2019.12.2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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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포커스
판매 감소로 한때 위기설
지역·디지털화 등 변화 시도
올 매출 11%나 급증 '부활'
판매 감소로 위기설까지 나돌았던 패스타 패션 업체 H&M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 주목된다.

판매 감소로 위기설까지 나돌았던 패스타 패션 업체 H&M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 주목된다.

세계적인 패스트 패션 업체 가운데 하나로 위기설까지 나돌았던 H&M이 부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쟁 관계로 파산보호신청까지 한 포에버21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H&M이 최근 분기 실적은 물론 2019 회계연도 전체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10% 전후의 성장을 이뤘다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서 패스트 패션업계 거인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H&M은 지난 2년 동안 지역화와 디지털,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재기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H&M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분기(2019년 9월~11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627억400만 크로나(약 65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19 회계연도의 전체 매출액은 2327억 6400만 크로나(약 247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2015년 19.3%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도 연초 대비 52% 이상 올랐다.

H&M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으로 1947년 창립됐다. 대량으로 옷을 만들어 재고를 쌓아둔 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포에버 21이나 자라, 유니클로 등이 패스트 패션 업계의 경쟁자들이다.

패스트 패션 업계는 전반적으로 고전 중이다. 프라이마크(Primark) 등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는 의류업체가 속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해진데다 젊은층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취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H&M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출이 급감하면서 한때 위기설까지 돌았다.

하지만 H&M은 이때부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위기탈출을 모색했다. 칼 요한 페르손 H&M 최고경영자(CEO)는 2년 전 실적 발표를 통해 “디지털화가 우리 변화의 중심에 있다”며 “더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자극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H&M은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대신 온라인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다양한 체인 브랜드를 내놓았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2017년 말 출시한 나이든(Nyden)은 이렇다 할 빛을 보지 못했지만, 고급 브랜드로 분류되는 아르켓(Arket)은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르켓은 자사 의류뿐 아니라 타사 브랜드 제품, 생활용품, 카페테리아 등을 결합한 라이프 스타일 개념의 매장이다. 출시 2년 만에 유럽에 20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천편일률적으로 어디나 다 똑같은 제품을 내놓는 대신 지역에 맞는 제품으로 경쟁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올해 5월 각 지역의 고객 검색을 바탕으로 한 컬렉션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말에는 최대 시장인 독일에 ‘하이퍼 로컬’로 이름 붙은 공간을 열고 아이템 판매뿐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요가 세션, 크리스마스 마켓 개최 등도 준비했다.

스타트업과 손잡고 디지털 기반 고객 맞춤형 실험도 진행 중이다. 고객의 몸을 스캔해 이들의 신체에 맞는 맞춤형 옷을 생산하는 형태도 이 실험의 한 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의 한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수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의류 대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렇다고 H&M이 다시 성장의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매출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이익률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H&M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14.9%를 찍은 뒤 지난해 7.4%로 반 토막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김병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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