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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 Heel<극단적으로 높은 구두> 그 아찔한 아름다움

Los Angeles

2009.02.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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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던 프라다의 2009 S/S패션쇼에선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다 줄줄이 넘어졌다.

16㎝가 넘는 힐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결국 한 모델은 쇼 도중에 구두를 벗어들고 워킹을 해야 했다.

높은 힐을 못 이겨 모델들이 줄줄이 넘어지는 사태를 두고 패션계에선 '킬힐 바이러스'라고 한다. 1993년 비비안웨스트우드 쇼에 등장했던 전설적인 패션모델 나오미 캠벨이 굽높이만 40㎝가 넘는 힐 탓에 캣워크에 볼썽사납게 주저앉은 데서부터 이 바이러스는 시작됐다.

킬힐은 굽높이가 10㎝가 넘어 거의 까치발을 해야 신을 수 있는 '극단적인' 높이의 힐을 이르는 말. 외국에선 '킬러 힐(Killer heel)'이라고 한다.

올봄엔 이 '킬힐 바이러스'가 런웨이를 넘어 거리로 뛰쳐나올 태세다. 지난해 프라다는 물론 구찌.루이뷔통 등이 경쟁적으로 올봄 패션 트렌드로 킬힐을 선보였다.

슈콤마보니.레노마.까메오 등 국내 구두 브랜드도 10㎝가 넘는 봄신상품 킬힐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TV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인기를 모은 '신상녀' 서인영도 킬힐 매니어.

이미 이 TV프로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도 킬힐에 대한 '선행학습'이 돼 있어서인지 킬힐을 그다지 낯설어하지도 않는다는 게 구두업계의 전언이다. 올봄 거리에 나올 킬힐의 트렌드를 미리 알아봤다.

◆ 굽높이는 10~12㎝=하이힐은 꾸준히 높아져 왔지만 그동안 8㎝를 넘는 경우는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올봄엔 10㎝가 넘는 힐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될 전망.

올해 봄.여름을 겨냥한 패션쇼에서 16㎝가 넘는 킬힐을 선보였던 명품 브랜드들은 이들 중 일부 제품을 골라 굽높이를 10~12㎝로 낮춰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찌의 경우 지난해 가을 S/S패션쇼에서 선보였던 16.5㎝ 굽의 하이힐을 10.5㎝로 제작해 내놓기로 했다.

구두브랜드 까메오 유지현 디자인실장은 "지금까지 개발한 70여 족의 봄신상품 중 10~15족이 9㎝ 이상으로 11㎝를 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레노마도 10~11.5㎝ 사이 굽의 하이힐을 개발하고 있다. 구두업체들은 시중에 나오는 킬힐의 마지노선을 12㎝로 잡고 있다.

◆ 디자인은 섹시 & 투박=디자인 측면에선 한 가지 통일된 주제가 없다. 리본이나 스트랩 등이 달려 여성적 매력을 물씬 풍기는 디자인과 지난해 여름 유행한 글래디에이터 스타일을 변형한 투박한 느낌의 디자인이 혼재할 전망이다.

◆ 과감한 플랫폼=넘어지지 않고 킬힐을 신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플랫폼(앞굽)이다. 하이힐의 뒷굽이 높아지는 만큼 플랫폼을 높여 균형을 맞추어 주는 것. 플랫폼은 지난해부터 구두에 많이 장착됐다.

1㎝ 높이의 플랫폼을 구두와 같은 색상의 천을 덧씌워 잘 보이지 않도록 숨겨놓은 '속 플랫폼'이 대부분이었다.

구두와 플랫폼의 색상만 달라도 튀는 디자인에 속했다. 하지만 올해는 플랫폼이 균형추 역할에서 구두의 디자인 포인트로 진화한다.

구찌가 이번 시즌 선보인 '가죽-메탈-스웨이드-가죽'의 네 가지 단으로 이루어진 플랫폼 샌들이나 빨간색과 흰색이 교차하며 5단으로 구성된 프라다의 뱀피가죽 플랫폼힐 등이 그 예다.

밑창 사이즈보다 작은 플랫폼을 붙인 재미있는 디자인도 보이고 플랫폼과 구두 굽 전체가 연결되는 독특한 디자인도 나온다.

■구두 디자이너 이보현씨…10cm 넘는 킬힐의 매력, 곧고 길~어 보이는 다리 뒷굽

“9㎝짜리 굽은 내겐 너무 편안하고 낮아요.” 구두 디자이너인 이보현(45) 슈콤마보니 디자인실장은 업계에서도 소문난 킬힐 매니어다.
이 겨울에 신는 부츠의 굽높이도 11㎝. 며칠 전 눈 내리던 날 차에서 내리며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듯 넘어져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킬힐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올봄·여름 상품용으로 뒷굽의 높이를 최대로 높인 킬힐을 잔뜩 디자인하고 있다. 그녀에게서 킬힐의 매력과 신는 법 등 궁금한 것을 두루 물었다.
-왜 킬힐을 좋아하죠.
“이유는 간단해요. 더 높은 굽은 더 나은 스타일을 만들어 주니까요. 굽이 1㎝만 높아져도 스타일은 확 달라져요.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어떻게 스타일이 좋아진다는 거죠.
“킬힐은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해요. 특히 스키니 바지와 레깅스가 유행하면서 그 장점은 더욱 부각되고 있어요. 타이트한 라인의 하체와 킬힐이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돼 더 곧고 긴 다리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정말 올봄엔 킬힐이 뜰까요.
“서울 청담동이나 이태원에 한번 가 보세요. 까치발을 들고 다니는 듯한 여성들이 심심찮게 보여요. 이런 사람들은 보통 10㎝ 정도를 신고 있어요. 날씨가 따뜻해지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신을 거예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우리 회사는 2003년에 오픈했는데, 이후 주로 8~9㎝ 하이힐을 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올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 200여 제품 중엔 30%가 10㎝ 이상이에요. 이미 고객들도 더 이상 10㎝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거든요. 갤러리아 백화점 슈콤마보니 매장만 하더라도 10㎝ 이하는 거의 안 나가요.”
-그래도 10㎝짜리 힐을 신는다는 건 선뜻 내키지 않는군요.
“플랫폼만 있으면 누구라도 킬힐을 시도해볼 수 있어요. 한 번도 7㎝ 이상 되는 하이힐을 신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플랫폼이 속에 숨어 있는, 9㎝ 굽의 까만색 하이힐부터 시작해 보세요.
굽도 높은데 디자인까지 과하면 초보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심플한 디자인을 선택해야 해요. 앞쪽이 뾰족한 것보다는 동그란 앞코에 기본 오픈토(구두 앞쪽이 뚫려 발가락이 살짝 보이는) 스타일이 발을 전체적으로 편하게 해주니까 이런 스타일부터 시작하면 돼요.”
-그래도 발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요.
“물론 힐을 신는 사람은 발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줘야 해요. 플랫폼이 있다 하더라도 낮은 굽의 구두보다는 발이 받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으니까요. 정기적으로 페디큐어를 받아 발바닥 각질을 제거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굳은살이 박히고, 그게 오래되면 발 안으로 파고들어 나중에 아예 하이힐을 신을 수 없을 만큼 아플 수 있거든요. 또 많이 걸어야 하는 날엔 낮은 굽을 신고 킬힐은 가방에 따로 챙겨다니다 중요한 순간에 신도록 하세요.”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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