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하늘의 별을 자주 쳐다 보았다. 별이 빛나는 밤엔 왠일인지 오래 잠들지 못했다. 북두칠성을 찿아내고 스스로 행복하다가 오리온자리를 찾지 못해 실망하다가 전갈자리의 꼬리를 연결하고 밤하늘을 쳐다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긴 선을 그으며 반짝이를 달고 내려오다 사라지는 별똥별 꼬리를 따라 하늘을 구석구석 살피기도 했다. 그러다가 견우 직녀가 만난다는 은하수에 눈길을 뺏겨 한없이 흐른 후 한밤중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림에 몰두하던 고등학교시절 토요일 밤엔 밤을 새워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그때엔 심야 라디오 음악프로,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틀어놓고 그림을 그렸다. 마음을 사로잡는 폴 모리아(Paul Mauriat) 악단의 Isadora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이 음악프로는 당대 모르는 젊은이들이 없을만큼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를 외우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깨알같이 써내려간 손편지들의 내용은 졸리운 눈을 뜨게 만드는 감동이었다.
그 당시 국어교과서에 등장한 윤동주의 '별을 헤는 밤'은 문학소년, 소녀들의 마음에 뜨거운 불을 지피기도 했다. 별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의 사랑과/별 하나의 쓸쓸함과/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하나에 아름다운 이름 하나씩 붙여 주면서 부끄러운 자신의 이름을 별들이 내려다 보는 언덕 위에 썼다가 지워버린 시인의 마음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Vincent van Gogh의 '별이 빛나는 밤(Starry Starry Night)'을 떠올릴 때마다 밤하늘의 별들의 푸른고 둥근 섬광들을 기억해낸다. 그는 안타깝게도 37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만큼 밤하늘의 별을 사랑한 화가는 아마 없을듯하다. 그는 사람의 눈으로 관측할 수 없는 별들의 움직임을 표현했는데, 자세히 보면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노란 등불이 켜진 작고 초라한 마을과 뾰족한 교회당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자신이 늘 가고 싶었던 고향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말년엔 정신장애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 그렸던 작품(별이 빛나는 밤)의 하늘엔 공교롭게도 하나의 달과 11개의 별들이 그려져 있다. 성경에 요셉의 꿈이야기에 나오는 11개의 별이야기가 오버랩되면서 그의 마음속에 늘 간직해온 신앙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었다.
2000년 전에도 세상의 밤은 어둡고 우울했다. 어둠이 내려진 작은 마을엔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하루의 고된 삶을 누이고 또 밝아올 하루가 지친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하늘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 별의 움직임을 알지못했다. 유대땅 베들레헴 작은 마을, 밤하늘의 별빛을 따라 마굿간 구유에 한 아이가 탄생하셨다. 그 이름은 "기묘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 영원하신 아버지, 평강의 왕"이라 하였다. 우리를 향해 오신 한 아이, 예수그리스도. 세상의 소란한 밤을 떠나 별이 빛나는 밤 그 별빛을 좆아 먼 길을 달려 아기께 경배한 동방박사들처럼, 조용히 별빛을 좆아 세상의 소란하고, 어둡고, 우울한 밤의 장막을 벗고 별이 빛나는 밤 그의 태어나신 작은 마을로 나의 걸음을 옮겨야겠다. 하늘엔 여전히 별들이 빛나고 있다. (문인회장)